동시상영관/SF극장

마션 / I Will Survive

블루 하이웨이 2015. 10. 9. 19:12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Martian)을 보고 든 생각은 이 작품이 그래비티(Gravity, 2013)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를 잇는 우주공상과학물이라기 보다는 조난 영화의 대표작인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0)나 우리 영화 김씨 표류기’(2009)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의 한 장면

 

'김씨 표류기'의 한 장면

 

나사의 아레스3 화성 탐사대는 화성 표면을 탐사하던 도중 강력한 모래 폭풍을 만나 부득이하게 철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를 잃고 말죠.

 

안테나 파편에 맞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와트니가 사망한 걸로 단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와트니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으며 이 때부터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생존기가 시작됩니다.

 

'마션'은 무늬만 우주공상과학물 실은 조난기?

 

이 영화가 개봉되기 얼마 전에 나사에서 발표한 소식에 따르면 화성에 소금개천이 흐르고 있다죠. 생명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빛과 물과 소금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만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한 고도의 지능을 갖춘 외계인만 찾으려는 어리석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아레스3 탐사대가 도착한 곳은 소금물이 흐르는 풍요로운 곳은 아니었고 온통 붉은 사막뿐인 마르고 척박한 땅이었죠.

 

이곳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는 약 한 달 체류를 목표로 세운 임시 기지 안에 들어갑니다. 생존에 필요한 산소와 물 그리고 식량이 그곳에 있었죠. 여섯 명의 대원이 약 한 달을 머무를 것을 가정해 지었으니 모든 것을 아껴 쓰면 45일은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혼자라면, 8개월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우주판 '김씨 표류기?

 

한 가지 운이 좋은 건 그가 식물학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산소와 수소를 배합해 물을 생산한 와트니는 기지 안에 화성의 토양을 퍼와 자신의 배설물을 섞어 감자를 심습니다. ‘캐스트 어웨이의 척이 나무를 마찰해 어렵게 불을 만들고 김씨 표류기에서 밤섬에 고립된 김씨가 새의 배설물에서 씨앗을 캐내 농사를 시작하는 것과 같죠. 김씨는 옥수수를 재배해 결국 짜장면까지 만들어 먹었는데 와트니는 그저 삶은 감자 요리에 감격하니 이게 작가의 상상력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편 와트니가 죽은 줄로 알았던 나사에서는 우연히 그가 살아있음을 감지하고 교신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다음 화성 탐사 계획은 4년 후에나 있고 바로 떠난다고 하더라도 편도 10개월이 걸리는 거리. 감자 재배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과연 와트니는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가 있을까요?

 

 

영화 마션은 우주공상과학물이라고는 해도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촬영분보다는 화성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훨씬 많습니다. 화성에서 고립된 남자의 이야기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러다보니 화성과 유사한 지형을 찾아야 하는데 촬영 장소는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이라고 합니다.

 

재작년에 개봉한 그래비티가 관객들로부터 마치 우주 유영한 것 같다는 찬사를 들은 것과는 달리 나중에 갖가지 과학적 오류가 들어나며 사기극으로 밝혀진 적이 있는데요, 이 영화 마션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그래도 여러 사람이 보고나면 또 옥에 티가 발견되지 않을까요? ㅎㅎ) 사실 달이나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한다는 계획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죠. 저는 초등학교 때 과학도서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감자는 아니었고 이끼 같은 생존력 강한 지의류로 화성 표면을 덮어 산소를 생산한다는 생각이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이미 나사에서는 2030년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세우고 화성에서 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자원자들을 모아 화성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고 외부의 지원 없이 생존하는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하죠.

 

따라서 마션인터스텔라처럼 아직은 가설에 불과한 어설픈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SF가 아니라 비교적 현실적인 어쩌면 우리 시대에 도래할 수 있는 SF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그 곳이 섬이든 사막이든 화성이든 고립된 한경에서 생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이 점을 감안, 와트니에게 아주 긍정적인 성격을 부여했죠. 그는 스스로 혼자놀기의 달인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위로합니다. 또 한 가지 화성에서 필요한 것 무엇이 있을까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다들 아실 것입니다.

 

 

 

PS : 비록 두 번 들으면 싫증나는 디스코 뮤직이라도 화성에서 음악은 좋은 친구.

 

2015.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