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포인트 / 전쟁은 공포와의 전쟁이다
전쟁은 공포와의 전쟁이다.
- 블루 하이웨이 생각 -
1972년 베트남
최태인 중위(감우성)는 6개월 전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접경 지역인 ‘알 포인트’에서 실종된 18명의 한국군 수색대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군 당국은 18명을 사망 처리하였으나 구조를 요청하는 무전이 잡혔기 때문이다.
최태인 중위와 진창록 중사(손병호) 등 분대 병력으로 구성된 팀은 7일 간의 작전에 투입된다. 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은 대부분 베트남 파병 기간이 만료된 베테랑들. 이들은 배가 아니라 비행기 타고 예쁜 스튜어디스가 따라주는 쥬스 마시며 고국에 돌아갈 생각으로 자원했다.
배를 타고 흘러가서 알 포인트에 도착한 첫 날. 행군하던 대원들은 ‘손에 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는 한문이 새겨진 쓰러진 비석을 발견한다. 찜찜한 기분에 비석에 오줌을 갈기고 지나가던 대원들은 곧이어 베트공의 총알 세례를 받는다.
실종 대원들의 생사만 확인하면 된다더니 말년에 이게 뭔 개고생?
다행히 피해 없이 베트공을 진압한 대원들. 하지만 베트공 진지를 확인한 대원들은 깜짝 놀라고 만다. 강력하게 저항했던 베트공은 예상 외로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
최태인 중위는 ‘처리하라’고 지시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
말이 실종자 수색이지 온통 정글로 뒤덮인 지역에서 무슨 수로 6개월 전에 사라진 병사들을 찾는다는 말인가? 대원들은 그저 비행기타고 귀국해서 가족들과 창경원에도 놀러가고 모은 돈으로 어머니에게 소 한 마리 사드릴 행복한 계획에 빠져있다.
이틀 날 야영을 마친 대원들의 눈 앞에 덩그러니 나타난 건 고성(古城)과도 같은 폐저택. 오 마이 갓! 어둠과 짙은 안개에 묻혀 전날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왠지 으스스하긴 했지만 대원들은 폐저택을 캠프로 삼고 인근 지역을 수색하기로 한다.
그날 밤, 헬기 소리와 함께 미군들이 나타난다. 안개 때문에 낮에는 들어 올수 없다는 미군들은 자신들의 시설이 있는 2층에는 절대로 올라가지 말라고 이른다. 그러고는 이 지역은 과거 중공군이 베트남인을 무차별 살육했던 지역으로 호수를 메워 사원을 세우고 죽은 자들의 넋을 기리는 지역이라 했다.
다음 날부터 대원들은 두 조로 나눠 본격적인 정찰에 돌입한다.
그러나
오래 전 철수한 프랑스군의 무전이 잡히는가 하면 헬기 타고 돌아 간 미군들의 부패한 시신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대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실종되자 최중위는 다급히 본부에 지원 요청을 한다.
‘총원 10명. 현재원 9명. 실종 1명, 지원 바란다’
‘무슨 소리야? 원래 아홉 명이 떠났잖아?’
지난 2004년 개봉한 ‘알 포인트’(감독 공수창)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적이 아니라 공포와 싸우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이야기는 괴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7월, 한국군 수색대원 18명이 알 포인트에서 실종되었다. 군당국은 계속해서 구조 요청이 들어오자 6개월 후 이들을 찾으러 또 다른 수색대를 보내지만 이들마저도 실종되었다.
이상의 이야기는 앨버트 에반스라는 영국 종군기자의 취재 수첩에 적혀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영화는 조금씩 알 포인트의 비밀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심장을 압박한다. 이 과정에서 공포에 빠지는 병사들은 곧 관객들의 모습이다.
독특한 소재의 ‘알 포인트’는 스릴러로서는 성공한 작품이다. 하지만 진정한 전쟁의 공포가 무엇인지는 이르지 못했다. 전쟁은 그 자체가 병사들이 싸워야 할 적이며 두려움의 대상으로 집단적 광기다. ‘알 포인트’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영화는 아닌 것이다.
2015. 8.10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