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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스카이 / 오픈 유어 아이즈

블루 하이웨이 2016. 2. 12. 10:51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바닐라 스카이’(Vanila Sky, 2001)는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감독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1997)의 리메이크작이다. 보통은 리메이크라고 해도 결말을 살짝 달리한다든가 해서 똑 같이 만들지는 않는데 바닐라 스카이는 장소만 마드리드에서 뉴욕으로 바꿨을 뿐 주요 내용이나 결말이 원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와 거의 비슷하다.

 

더구나 여주인공 소피아 역에는 원작에도 출연했던 페넬로페 크루즈를 그대로 캐스팅했다. 드문 일이다.

 

본 리뷰는 바닐라 스카이오픈 유어 아이즈가운데 편의상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웃 제품, ‘바닐라 스카이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바닐라 스카이'에서 주인공 데이빗 역의 톰 크루즈(위)와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주인공 세자르 역의 에두아르도 노리에가(아래)

 

데이빗 에임즈(톰 크루즈), 세계적인 출판사의 CEO. 패션 잡지를 운영하는 것 같은데 아마 이 영화가 요즘 제작되었다면 IT기업을 운영한다 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데이빗이 젊은 나이에 CEO에 오른 건 바로 금수저출신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부와 잘생긴 외모를 가진 그에게는 당연히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같은 여자를 두 번 만나는 일은 드물었다.

 

'바닐라 스카이'에서 소피아에게 연인을 뺏기는 줄리 역할의 카메론 디아즈(위)와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소피아에게 연인을 뺏기는 누리아 역할의 나즈와 님리(아래)

 

이런 데이빗에게는 줄리(카메론 디아즈)라는 연인이 있다. 물론 데이빗은 그녀를 섹스 파트너 이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줄리는 데이빗을 깊이 사랑한다.

 

그런데 데이빗은 자신의 생일 파티에서 친구가 데려온 소피아(페넬로페 크루)를 보고 한눈에 빠진다.

 

'바닐라 스카이'의 한 장면

 

자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어버린 것을 알아차린 줄리는 데이빗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시도하는데 그만 자신만 목숨을 잃고 만다.

 

그럼 데이빗은 무사했느냐?

 

'바닐라 스카이'에서 자신의 차에 태우기 위해 데이빗을 유혹하는 줄리(위)와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자신의 차에 태우기 위해 세자르를 유혹하는 누리아(아래)

 

영화는 이 지점부터 편집의 기교를 통해 관객들을 데이빗의 현실과 꿈의 세계로 끌고 다닌다. 사고로 얼굴을 잃고 가면을 쓰고 다니는 데이빗이 등장하기도 하고 다행히 멀쩡한 모습의 데이빗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소피아를 줄리로 착각하거나 (실은) 그 반대의 환영에 시달리는 데이빗을 보여주면서 무엇이 사실이고 가짜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바닐라 스카이' 중에서

 

한편 영화는 초반부터 경찰서 유치장에서 데이빗이 정신과 의사로부터 상담을 받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사건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혹시 데이빗이 줄리나 소피아를 살해한 거 아닐까?

 

'바닐라 스카이' 중에서

 

데이빗의 비밀은 끝에 가서 밝혀진다. 유치장에서 냉동기술로 생명 부활을 꾀하는 LE(Life Extend)라는 회사의 방송을 본 데이빗은 상담의와 함께 이 회사를 찾아간다.

 

놀라운 건 이 때부터다. LE에서는 데이빗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며 깨어나기 위해서는 입력된 대로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150년 전에 데이빗이 그런 프로그램에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150년 전은 19세기 말이 아니라 20세기 말이다. 따라서 지금은 22세기 중반.

 

'바닐라 스카이' 중에서

 

영화는 얼굴을 잃고 실의에 빠진 데이빗이 약을 먹고 자살 후 냉동 보관된 것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데이빗이 이미 죽은 것으로 설정해도 전개상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부자인 데이빗이 먼 훗날 부활하기 위해 LE와 미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오픈 유어 아이즈' 중에서

 

앞서 말한 대로 페넬로페 크루즈는 오픈 유어 아이즈바닐라 스카이에서 동일인을 연기했지만 매력은 큰 차이가 있다. 4년 차인데도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의 소피아가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쓰는 이가 보기에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페넬로페 크루즈의 상태를 보면 메이크업 차이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그래도 유뷰남이었던 톰 크루즈를 유혹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어 영화 촬영을 하면서 페넬로페 크루즈는 니콜 키드먼의 남편이었던 톰 크루즈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소피아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

 

사실 페넬로페 크루즈가 최악이었던 건 그녀의 외모보다 영어 발음이다. 헐리웃 진출 초기였던 당시 페넬로페 크루즈는 강한 스페인어 억양과 발음이 섞인 영어를 구사한다.

 

그녀의 이상한 영어 발음에 대해 영화에서는 특별히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히스패닉으로 이해하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모네 <아르장뙤이유의 세느강> 1873

 

영화 제목인 바닐라 스카이는 극중에서 데이빗이 어머니로부터 받은 그림으로 원래는 인상파 화가 모네의 <아르장뙤이유의 세느강>이라는 작품이다.

 

그림이란 순간을 영원히 포착하는 것이다. 영원불사의 꿈이라는 게 바로 그림 같은 거 아닐까? 장구한 세월로 보면 찰나의 불과한 인간의 수명을 영원히 붙잡아두려고 하는.

 

2016.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