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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보는 고품격 심리극 / 클로이(Chloe)

블루 하이웨이 2016. 2. 20. 16:18

 

중년의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대학교수인 남편 데이빗(리안 니슨)의 불륜을 의심한다. 젊고 매력적인 여성 앞에서 남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급 콜걸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를 고용하여 남편을 유혹하게 한다.

 

클로이는 캐서린에게 데이빗과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보고한다. 첫 키스를 하기까지의 과정과 정사까지. 클로이의 보고를 들은 캐서린은 질투와 욕정이 혼합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클로이에게 그만 둘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미 남편인 데이빗이 클로이에게 깊숙히 빠진 뒤. 심한 감정의 혼란을 겪은 캐서린은 그만 클로이에게 해서는 안 될 요구를 하게 되고 단순히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여 시작한 일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클로이'(2009)는 드물게 만나는 고품격 심리극이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한 캐서린은 클로이에게 남편을 떠보게 하고 질투와 욕정이 혼합된 상태에서 클로이와 '관계'를 가진다.

 

이후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인 캐서린은 클로이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하지만 이번엔 클로이 스스로 캐서린의 젊은 아들을 유혹함으로써 캐서린의 가족은 위기에 빠진다. 

 

 

영화 속에는 두 개의 욕망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교차됨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나는 캐서린의 욕망이다. 캐서린은 남편을 의심하여 클로이를 고용하였으나 스스로 그녀와 관계함으로써 욕망을 해소한다. 캐서린의 욕망은 이 이야기의 씨줄이다.

 

다른 하나의 욕망은 캐서린으로부터 결별을 통고 받은 클로이가 캐서린의 아들 마이클을 유혹함으로써 캐서린과의 관계를 보상 받으려 하는 것이다. 클로이의 욕망은 이야기의 날줄이다. 

 

 

감독은 클로이와 캐서린, 클로이와 마이클이 관계하는 장면과 달리 클로이와 데이빗의 정사 모습은 직접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철저히 클로이의 이야기를 통해 재구성한다.

 

클로이와 데이빗의 관계를 클로이의 입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도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온실 안에서 클로이와 데이빗이 나누는 정사 장면과 샤워 부스 안에서 캐서린이 강한 욕정을 느끼는 모습을 교차함으로써 처음엔 캐서린이 불쾌하게 여겼던 클로이의 이야기가 어느새 그녀의 성적 환상으로 변모했음을 암시한다.

 

처음엔 남편을 의심해서 시작한 일이 스스로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감독은 이 처럼 대단히 치밀한 구성으로 보여준다. 

 

 

캐서린과 클로이의 첫 조우 때 클로이는 캐서린에게 비녀를 선물하려 한다. 하지만 캐서린은 클로이와 육체적 관계를 가진 후에야 클로이의 어머니 것이라는 그 비녀를 받는다. 그리고 클로이를 잃은 후에도 그 비녀를 지닌다. 비녀는 클로이와 캐서린의 관계를 이해하게 만드는 매개체다. 

 

 

캐서린 역의 줄리안 무어와 클로이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매우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잔잔한 흐름 속에 서스펜스를 끌어올리는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연출력은 별점 다섯개를 모두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