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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룸’ / 우리가 사는 세상?

블루 하이웨이 2016. 2. 21. 22:33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소년이 있다. 엄마는 소년을 잭이라 부른다. 사실 소년이 잭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소년의 엄마는 소년을 잭이라 불렀고 소년은 그렇게 잭이 되었다.

 

 

잭은 가로, 세로 3.5m의 작은 방()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산다. 룸에서 태어나 룸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잭에게는 사방 3.5m의 작은 룸이 세상의 전부다.

 

룸 안에는 조리를 할 수 있는 싱크대와 세면대 그리고 변기, 욕조, 옷장, 침대, TV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소년 잭에게 싱크대와 세면대 변기 등은 진짜(Real). 그러나 TV 속의 세상이나 인물들은 가짜다.

 

 

룸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룸이 곧 세상의 전부인 잭에게 룸 밖의 세상은 곧 우주다. 천장에 난 조그마한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곧 우주라고 엄마는 잭에게 말해주었다.

 

 

올드 닉은 일주일에 한번 씩 엄마와 잭에게 필요한 것을 사오곤 한다. 잭의 다섯 번째 생일에 닉은 리모트 컨트롤이 가능한 장난감 자동차를 사다 주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엄마가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기 때문에 닉이 잭의 생일을 알게 된 것이다.

 

세상과 우주를 오가면서 뭐든 구해다 주는 닉은 잭에게 신비로운 존재다. 도대체 닉은 누구일까? 그는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일까?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은 친아버지에게 감금당해 무려 24년간이나 밀실에서 생활하며 아이까지 낳은 한 여성의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 사건을 아일랜드 작가인 엠마 도노휴가 소설로 썼으며 영화는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범죄를 소재로 했지만 은 범죄영화로 읽히지 않는다. 올드 닉(Old Nick = Devil, 즉 악마라는 의미가 있다)은 철저히 잭의 시각으로 보여지며 범행 동기나 결과도 밝혀지지 않는다.

 

정말 흥미로운 건 가까스로 룸에서 탈출하고 난 후의 일이다. 룸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있었던 잭은 룸 밖의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잭이 룸 밖의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마치 자궁 박으로 나온 아이가 세상에서 첫 숨을 토해내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잭은 룸 밖의 세상에 적응해야만 한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잭이 아닌가? 또 하늘나라에 계시며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그 분은?

 

 

아일랜드 영화로 이번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등 4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있는 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7년의 감금 생활 끝에 기지를 발휘해 룸을 벗어난 조이 역의 브리 라슨은 앞서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전망되고 있다.

 

그녀는 작은 방에서 고립된 생활을 이겨낸 조이의 외모와 정신을 표현하고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선 블록을 바르고 생활했으며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2016.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