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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 힐러리는 13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블루 하이웨이 2016. 3. 5. 12:17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13시간’(13 Hours: The Secret Soldiers of Benghazi)2012911일 리비아의 벵가지에서 발생한 무장세력들에 의한 미 영사관 공격을 다룬 영화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 대사 등 4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영화는 최근 미국 대선정국과 관련하여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바로 사건 발생 당시 미 국무장관이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었으며 미국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그렇다면 리비아 무장세력은 왜 미국 영사관을 공격했을까?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인 201110월, 무려 42년간이나 리비아를 철권 통치하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독재정권에 반기를 든 시민군에 의해 체포되어 사살되었다.

 

당시 북아프리카에는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튀니지에서 촉발한 민주화 운동의 열기가 고조되어 있을 때였다.

 

혁명의 시작은 미약했다. 하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2010년 말 튀니지의 한 소도시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이십 대 청년이 경찰의 단속에 항의해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노점을 하다 죽은 청년의 사연은 온 튀니지 국민의 분노를 촉발했다. 당시 튀니지는 독재와 고물가, 실업 등 경제난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고 한 청년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민주화 혁명이라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튀니지에서 발생한 혁명의 불길은 이어 인접국가인 이집트, 리비아 등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리비아의 경우 카다피 사후가 문제였다. 거대 권력을 종식시킨 민병대는 힘의 공백을 틈 타 점차 세력을 확산한다. 그리고 그들 간에 폭력적인 세력 다툼이 끊이지 않아 리비아 전역의 치안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가 된다.

 

이에 세계 각 국의 공관이 철수하는 가운데도 미국은 외교공관은 물론 CIA의 비밀 기지까지 남겨두었다. 참으로 오지랖 넓은 미국이다.

 

미국은 왜 오지랖이 넒은 것일까?  

 

문제는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나라 리비아에서 적정한 군사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외교관들과 CIA 요원들이 남겨졌다는 점이다.

 

당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는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경비요원 등의 추가 파견을 요청하였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기존의 경비팀마저 철수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한다.

 

심지어 사건 발생 당일에도 힐러리 장관은 상황의 다급함을 알리는 리비아 주재 대사의 이메일을 무시해 버린다. 벵가지 사태를 힐러리의 아킬레스 건이라 부르는 이유다.

 

힐러리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참으로 황당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그것은 한 편의 영화였다. 나비의 날개 짓이 비를 부르듯 한 편의 영화 예고편이 엄청난 참상을 일으킨 것이다.

 

사태에 앞서 이슬람의 무지라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만든 한 편의 영화 예고편이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에 펴졌는데 내용은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비하하는 것이었다.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작품도 아니었고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였지만 이를 본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이슬람권 각 국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가 발생했고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하던 리비아에서는 미 영사관 공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금 길었지만 이 것이 영화 ‘13시간의 소재가 된 벵가지 사태가 일어난 계기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긴 바꾼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13시간은 그러나 이렇게 친절하게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아주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무엇이 리비이인들을 분노케 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영화 보면서 그깟 영화 한 편 때문에?’ 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사실이다.

 

물론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13시간은 시사가 아닌 액션 영화다.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면 썩 잘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시종 긴잠감을 늦출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리비아 주재 미 CIA는 자체적으로 ‘GRS’(Global Response Staff)라고 하는 사설 경호대를 운영한다.

 

비록 CIA에 고용되긴 했지만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 신분이던 6명의 경비원은 사건이 발생하자 아무런 정부의 지원이 없는 가운데 대사가 머물고 있는 미국 영사관으로 출동해 로켓포로 무장한 리비아 반군조직에 맞서 무려 13시간을 버텼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일까? 국민이 국가를 수호하는 것일까? 리비아 주재 미 CIA에 의해 고용된 경비대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지만 13시간이나 국가를 지켰다  

 

이 영화는 보기에 따라서 리비아 판 론 서바이버로 읽히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에 실패한 네 명의 네이비실 대원이 수 백명의 무장 단체를 상대로 맞장을 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론 서바이버는 사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의 재현으로 인해 북미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론 서바이버처럼 ‘13시간은 화면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흘러넘친다. 여기까지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추천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도대체 왜?’라는 물음을 자주 가지는 관객에게는 비추다. 덧붙여 평소 미국만세 혐오증이 있는 관객이라면 욕 나올 법한 영화다.

 

 

마이클 베이는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유명 배우들 대신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그래서 인지 이 영화는 억소리나는 마이클 베이의 작품답지 않게 5천만 불이라는 껌값으로 제작되었다.

 

힐러리는 벵가지 사태의 책임을 벗고 과연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13시간이 과연 미국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그러나 영화보다 영화 외적 요인으로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13시간의 미국에서의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다. 힐러리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미국인들도 미국만세에 시들해진 것일까? 아니면 영화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일까?

 

20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