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哭聲) / 알 수 없는 일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뭣이 걸릴 건지 알고 허나? 그놈은 미끼를 던진 것이여, 자네 딸은 그 미끼를 물어분 것이고.’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哭聲)은 보고도 믿지 못하느냐는 성경구절 (그들은 놀라고 무서워하여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 누가복음 24장 37~39절)로 시작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무당 일광(황정민)이 경찰관 종구(곽도원)에게 한 위의 말에 집약되어 있다.
종구가 경찰관으로 있는 전남 곡성(谷城)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수사를 맡은 종구는 의문의 여인(천우희)으로부터 사건을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고 산짐승의 내장을 파먹는다는 일본인을 의심한다(쿠니무라 준).
그러던 중 자신의 딸 효진(김환희)에게 살해용의자들과 비슷한 피부 부스럼 증세가 발생하자 종구는 일인을 찾아가 마을을 떠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일인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효진의 증세는 날로 심해져 귀신들림이 의심되자 종구는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 일광을 찾는다.
‘곡성’은 조임이 강한 영화다. 그리고 끝날 때가지 아무 것도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없다. 이 경우 보통은 허탈하기 마련인데 ‘곡성’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서 필름이 계속해서 돌아간다.
영화는 살해 용의자로 의심받는 낯선 일본인과 사건을 목격했다는 의문의 여인 그리고 귀신을 쫓는 무당 일광의 삼각구도다. 주인공인 종구는 세 꼭짓점 중간에서 방향을 잃는다.
결국 관객은 종구의 시각에서 일본인과 여인과 일광을 바라보게 된다. 종구는 처음에 일광을 불러 딸의 몸에든 귀신을 쫓아내고자 하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종국에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세 사람의 힘겨루기와 범인에 대한 궁금증이다. 특이한 건 누가 됐든 어느 한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게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셋은 동일인이거나 모두가 용의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 ‘곡성’에서 보여 지는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이유없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질문은 왜 살고 왜 죽느냐는 것이다. 태어난 것에 이유가 없는데 죽는 이유가 있을까?
종구는 왜 하필 내 딸이냐고 묻지만 그의 딸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지 않을 이유도 없다. 낚시할 때 무엇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나홍진 감독의 ‘이유없음’의 철학은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그의 데뷔작 ‘추격자’에도 나타난다. ‘추격자’에는 살인의 동기가 없다. 오직 살인 자체를 추구한다.
하지만 ‘곡성’은 전작인 ‘추격자’보다는 코맥 맥카시의 원작을 코엔형제가 영화로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철학에 보다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 누구나 이유가 있어 태어나진 않는다. 그런 만큼 따지고 보면 살아야 할 이유도 죽어야 할 이유도 없다. 삶과 죽음처럼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다. 필연성은 없다.
그렇다면 누가복음의 말씀은 명백한 맥거핀이다. 성경구절이 뜻하는 바를 해석하려고 애쓰는 순간부터 당신은 감독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보고도 믿지 못한다기 보다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이다.
종구의 어린 딸 효진 역의 김환희의 연기는 몸에 난 두드러기처럼 두드러진다.
PS : 파출소에서 살인사건 수사도 하나?
이 영화 어떻게 볼까?
주말가격
주중가격
조조할인
다운로드
볼거없어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http://bluehighway.tistory.com/209
2016.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