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 불륜은 없고 사랑이 있을 뿐이다?

블루 하이웨이 2008. 2. 3. 22:30

 

 

강원도 양양에서 도장 파는 일을 하는 소심남 태한(박광정)은 아내 은수(김성미)에게 애인이 생긴 것을 알고는 상대남을 만나 보기로 한다. 태한은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상대남 중식(정보석)을 만나기 위해 그의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출근하는 중식의 택시를 잡아 탄다.

 

 

 

 

"아저씨, 장거리 가시죠? 양양이요.."

 

양양으로 가자는 태한의 말에 중식은 신이 난 듯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안 그래도 한번 가려던 참인데.. 잘 됐네요.."

 

정체를 피해 고속도로 대신 택한 한 여름 국도변의 경치는 아름답다.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으신 모양임다."

 

출근길의 중식이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지켜 본 태한이 말을 건넨다.

 

"비결이 뭐요?"

 

"손님두, 비결이라뇨. 그런 건 없슴돠. 그저, 여자들이 필요한 게 뭔지, 뭘 해줄 수 있는지.. 우린 그거 알아 보는데 딱 1분 밖에 걸리지 않거든요.."

 

"바람 피면 불안하지 않나요?"

 

"불안하긴요.. 세상에 불륜이란 없는 걸요..사랑이 있을 뿐이지.."

 

 

 

 

택시에 탄 남자가 자기가 만나는 여자의 남편임을 모르는 중식은 지치지 않고 떠들어 댄다.

 

하지만 구비구비 산길을 오르던 택시는 그만 멈추어 선다. 때문에 산골에서 하룻 밤을 함께 보내게 된 두 남자.

 

중식은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태연히 은수와 통화를 한다.

 

듣다 못한 태한은 중식이 붙들고 있는 전화기를 가로챈다.

 

"이 년아~ 내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는 줄 알어?"

 

하지만 이 장면은 태한의 머리 속에서만 플레이될 뿐이다. 태한은 아내를 빼앗은 남자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런 사내다.

 

어색한 하룻 밤을 뒤로 하고 이틑 날 겨우 양양에 도착한 두 남자. 목적지에 태한을 내려 준 중식은 곧장 은수에게로 향한다.

 

"내가 오라고는 했지만.. 여기서는 좀.."

 

하지만 뒷 말을 마저 잇지 못하는 은수..

 

질투와 분노를 이기지 못한 태한은 두 남녀를 찌르고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그의 머리 속에서만 맴돌 뿐이다.

 

 

 

 

그날 중식의 택시를 타고 다시 서울로 내달은 태한은 중식의 동거녀 소옥이 운영하는 주점으로 간다.

 

영업 시간이 끝나도록 술을 마신 태한은 이윽고 홀로 남은 소옥에게 작업을 걸어 볼 기회를 얻는다.

 

"...이번엔 강원도 년이냐?"

 

핸드폰을 받지 않는 중식에게 욕지거리를 남겨 놓는 소옥.

 

"운짱 주제에 팔도 방방곡곡에 계집을 깔아 놓고 있다니깐요.. 그 생각만하면 아주 죽여 버리고 싶어욧. 근데 아저씬 뭔 일 있수? 와이프가 바람이라도 피웠냐구요?"

 

".. , 지금 둘 다 죽이고 오는 길이에요.."

 

"아주 잘 하셨어요.."

 

늦도록 신세 타령을 하며 술 마시고 춤추던 두 사람이 그만 쓰러지고 만다.

 

"저 원래 이런 여자 아니라구요.."

 

 

 

 

그 시각, 양양 태한의 집에서 은수와 사랑을 나누던 중식은 택시가 없어진 걸 알고 급히 서울로 올라 온다.

 

새벽녘 주점 앞에서 자신의 차를 발견한 중식. 더 놀라운 광경은 주점 안에 펼쳐져 있는데..

 

골목길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는 두 남자..

 

"도대체 왜 남의 여자 품에 안겨 있냐구요? 했어요?"

 

", 은수 남편이야.." 

 

"그럼, 얘기를 했어야죠.. 했어요?"

 

"불륜은 없는 거라며.. 사랑이라며.. 이 쓰벌 눔아.."

 

태한이 소옥과 '사랑'을 했는지 그것이 몹시 궁금한 중식을 남겨 둔 체 골목을 나서는 태한에게 중식이 소리친다..

 

"이봐요, 어디까지 했냐구요??"

 

 

 

김태식 감독의 데뷔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2006)는 아내의 애인을 만난 남편이 그 남자와 동행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2006년 부산영화제를 시작으로 그동안 16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중소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내용은 매우 단순합니다. 아내의 애인이 운전하는 택시에 남편이 손님을 가장해 타며 일어나는 에피소드. 불륜을 사랑이라 말하는 남자의 동거녀에게 접근한 남편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상황은 반전됩니다.

 

영화 속에서 가해자랄 수 있는 중식은 피해자인 태한에게 세상에 불륜은 없고 사랑만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것은 오직 가해자의 법칙일 뿐입니다.

 

세상이 돌고 돌 듯 후반부에 상황은 역전되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기막힌 반전을 보여 줍니다. 지금까지 피해자이던 태한은 중식에에 이렇게 말하죠.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라며 이 쓰벌 눔아.."

 

영화 속에서 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맞바뀌는 상황은 일어나기 어렵겠습니다만, 돌고 도는 세상에서 우린 모두는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겠죠.

 

그것이 어디 '사랑'에만 국한 되겠습니까?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