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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

블루 하이웨이 2015. 8. 23. 11:00

 

 

병가 끝에 복직을 앞둔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금요일 저녁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직장 동료들이 그녀의 복직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료 대신 1인당 1천 유로의 보너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산드라가 복직하면 대신 누군가가 나가야 한다며 작업반장이 직원들을 설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산드라는 사장으로부터 월요일에 재투표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다.

 

재투표까지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이틀. 산드라는 주말 동안 열여섯 명의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복직 운동을 하는데. 과연 그녀의 복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미생'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생의 위에는 '갑질'하는 오너가 있겠지만 오너 역시 알고 보면 자본의 미생일 뿐이다. 자본은 이 세상의 유일한 '슈퍼갑'이다.

 

산드라는 동료들의 마음을 돌리려 주말 동안 남편과 함께 그들의 집을 찾아보지만 알고 보면 산드라의 상대는 동료들도 사장님도 아닌 유일신 자본이다.

 

동료들은 산드라에게 미안해하면서 아이의 대학 등록금이 필요하다고 재혼에 필요한 살림이 필요하다고 전기료와 수도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산드라의 1년치 몸값으로 보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나무랄 수 없다.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 Two Days One Night)은 세상을 미생과 미생의 대결로 그리지 않는다.

 

산드라의 동료들은 그들의 작은 행복과 산드라의 가정을 맞바꾸어 버렸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의 작은 행복을 남의 큰 불행과 바꿔주지 않는다.

 

IMF 직후인 지난 98년 초 제일은행 해직 직원들의 마지막을 담은 '눈물의 비디오'(내일을 준비하며)를 기억한다. 구조조정이 충격이었던 시절, 온 국민들은 '눈물의 비디오'를 보고 이런 일이 IMF를 끝으로 다시 없을 줄 알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후론 그 누구도 떠나는 사람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은 아직 자신의 차례가 아님에 일단 안도했다.

 

 

 

 

산드라가 찾은 동료들은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보태는 미생들이다. 모르긴 해도 산드라의 회사 역시 노동조합조차 없는 근로자 한 사람의 해고로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빠듯한 영세업체일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동료들을 찾아다니면서 복직을 부탁하는 산드라의 12일을 보는 시선은 상영 시간 내내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산드라의 고통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우리를 대신해 파괴된 자들의 고통을 애써 외면한 대가(?)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감독은 갑자기 동료들이 아닌 산드라의 선택을 묻는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순간 관객들은 예정에 없던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곤혹스러움에 빠진다. 반전의 무게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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