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6. 2. 6. 21:12

캐롤 /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버린

 

 

이 영화 소개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은 원작자가 영화 태양은 가득히‘1월의 두 얼굴등의 원작 소설을 쓴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라는 것이다.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지금까지 아홉 편이 영화로 제작되었는데(네이버 필모그래피 기준) 쓰는 이가 본 두 작품, ‘태양은 가득히‘1월의 두 얼굴은 모두 뛰어난 심리 묘사가 특징이었다.

 

바로 이 점에서 전 세계 36개 영화제에 노미네이션되었다는 캐롤’(Carol, 감독 : 토드 헤인즈)은 보기 드문 심리 드라마일 것임을 기대케 한다.

 

 

때는 미국 사회가 급격하게 보수화되었던 1950년대. 뉴욕의 한 백화점 장난감 매장에서 일하는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이 두 여성은 어쩌면 문제랄 것도 없는 문제를 가진 여성들이었다. 캐롤은 별거 중인 남편과 양육권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테레즈는 남자친구는 있지만 관계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왜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래서 사랑은 죄가 아니다. 캐롤과 테레즈는 내재되어있던 뭔가를 서로를 통해 발견한 관계였다. 보는 순간 끌리고, 만나면 마음 편하고.

 

역시 아무런 느낌도 느낄 수 없다

 

급격하게 가까워진 두 여성은 상대를 아니 자신을 알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두 사람을 둘러싼 현실의 벽은 높았다.

 

결국 첫 여행은 마지막 여행이 되고 두 사람이 제 자리에 돌아가 안주할 때 캐롤은 테레즈를 다시 찾아 가는데..

 

그녀를 만날 때 행복하다

 

퀴어 무비라고 하지만 캐롤을 반드시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는 두 여성의 끌림과 밀고 당김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것들은 이성 관계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것이다. 이성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들이 동성 간에 나타나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하겠지만 생각해보면 이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리드하는 쪽은 나이가 많은 캐롤이다. 침대 위의 장면에서 캐롤은 남성 역할이다. 두 사람 모두 끌렸으니 일이 났겠지만 먼저 다가간 것도 캐롤이요, 떠난 것도 캐롤이며 다시 찾아간 것도 캐롤이다. 그러면 테레즈의 마지막 선택은?

 

 

암전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압권이라는 평이 있고 결말을 대부분 해피엔딩이라고 추측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석하든 보는 사람의 자유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쓰는 이는 문제의 장면에 대해 테레즈의 반격이라고 봤다. 어쩌면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다시 말하지만 캐롤은 남성이다.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는. 그런데 남성만 그런가? 생각해 보면 그런 여성도 많더라.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버린.

 

 

네이버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극찬과 호평 일색이다. 이동진은 멜로드라마의 역사가 장르에 내린 햇살 같은 축복이란다.

 

작품의 배경인 1950년대에 이만한 소설을 썼다는 건 분명 멜로드라마의 역사가 장르에 내린 햇살 같은 축복이다. 그런데 지금은 21세기다. 물론 아직도 동성애는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의 이야기이지만 축복일 것까지야. 혹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조명과 촬영을 보고 한 말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축복까지는.

 

 

케이트 블란쳇은 중성적 매력의 캐롤 역으로 두 번째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노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칸은 테레즈 역의 루니 마라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으며 골든 글로브에서는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드라마 부문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함께 올라 경쟁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의 심리 묘사? 이건 두 배우의 눈빛으로 표현된다.

 

20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