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3. 3. 22:52

프랭크 / 누가 가면을 썼는가?

 

 

솔직히 영화 '프랭크'의 포스터를 봤을 때 무슨 모여라 꿈동산 극장판인줄 알았다.

 

가진 것이라고는 열정 밖에 없는 재능 없는 뮤지션 존(돔놀 글리슨 : 이 배우의 이름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거냐?)은 우연한 기회에 인디밴드 소론프르프브스(Soronprfbs)의 키보드 주자가 된다.

 

이름부터 세상과 소통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이 밴드의 리더는 자나 깨나 커다란 가면을 덮어 쓰고 다니는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라는 사내.

 

심지어 샤워할 때조차 절대로 가면을 벗지 않는다는 프랭크는 나름 자신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진짜 뮤지션으로서의 자질을 가진 밴드 리더였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프랭크가 존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 비해 밴드의 다른 멤버들은 존을 굴러온 돌 보듯 했다.

 

프랭크야 신비주의라고 치더라도 나머지 멤버들은 뭐냐? 이 밴드의 멤버들은 하나 같이 정상적인 사람들이 없어 보였다.

 

존이 자리를 대신한 오리지널 키보디스트 돈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보컬을 맡은 클라라(매기 질렌할)는 듣기도 거북한 소음을 연주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했다.

 

이 괴짜 밴드 속에서 평범한 존이 할 수 있는 것은 연습과정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었다. 존이 만들어 올린 동영상의 조회 수는 늘어나고 소론프르프브스는 드디어 공연의 기회를 잡지만 정작 음악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OST 앨범을 발매한 당당한 음악영화라고는 하지만 '프랭크'(감독 : 레니 에이브러햄슨, 2014)로부터 '비긴 어게인'이 주는 음악적 감동을 얻기는 어렵다. 감동은커녕 관객들은 러닝타임 내내 소론프르프브스가 내는 소음과 괴성을 감수해야 한다.

 

분노  

 

이 재미없는 영화를 이끌고 가는 힘은 말할 것도 없이 가면을 덮어 쓴 프랭크의 정체다. 가면의 특징은 그것을 씀으로써 얼굴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인격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랭크는 '난 뭐든 숨기는 게 싫다'고 말한다. 프랭크의 정체가 무엇이든 사람들은 가면을 통해 프랭크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존은 가면에 가려진 프랭크의 맨얼굴을 보고자 한다. 존은 프랭크에게 가면을 벗으라고 요구하지만 프랭크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가면은 존이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듯 프랭크가 세상에 나서는 얼굴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존과 마찬가지로 프랭크를 비롯한 소론프르프브스 멤버들의 음악적 재능도 그리 탁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만 그들의 실험적인 음악을 완성하려 할 뿐이다. 반면 존은 유튜브의 유명세를 통해 손쉽게 대중적인 명성을 얻으려 한다. 가면을 쓴 자는 누구인가?​​

 

트위터나 블로그 등 SNS의 발달로 사람들은 닉이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닉을 쓰는 것 자체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닉은 프랭크의 가면처럼 또 하나의 인격이다.

 

거짓은 이를테면 진실성과는 관련 없이 가장(假裝)된 정보가 네이버 핫토픽에 오르는 것 같은 것이다.

 

집중    

 

놀랍게도 프랭크의 가면에서는 고정된 표정에도 불구하고 슬픔과 분노, 환희와 같은 다양한 감정이 읽혀진다. 쓰는 이는 프랭크의 표정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프랭크를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힘이라기보다는 쓰는 이 역시 가면 그 자체에 인격을 부여한 것이다.

 

놀람  

 

과연 프랭크는 가면을 벗었을까? 그리고 프랭크의 정체는 무엇일까? 스포일러가 난무하니 되도록 관련 기사와 리뷰는 피하고 극장에서 확인하자. 가면에서 인격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2014.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