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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신화를 쓰고 있는 강정호 선수
올 시즌에 KBO 출신 타자로서는 처음으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가 최근 들어 연일 맹타를 날리고 있습니다.(최근 네 게임 성적 0.500, 7/14) 이로써 강정호의 시즌 성적은 0.333(16/48) 2홈런 9타점이 되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메이저리그는 팀 별로 연간 162게임을 치르는데 강정호의 소속팀인 파이어리츠는 오늘 현재 31게임을 치렀습니다)이고 또 강정호 선수의 타수(48타수)가 적어 조금만 잘해도 타율이 급상승하거나 하락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적을 가지고는 잘 한다 못한다고 말하기 이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활약은 강정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이나 시범경기 기간 동안 보여준 부진한 활약(0.200, 9/45, 1홈런 5타점)으로 인해 발생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낸 것 같습니다.
시범경기 뿐만 아니라 본 시즌 들어서도 강정호 선수는 초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스피드와 강력한 커브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 결과 초반 여덟 경기에서 강정호 선수는 0.77(1/13)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자 미국 내 언론은 강정호는 마이너리그에서 수련을 쌓고 올라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강정호는 타율이 바닥을 친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많지 않은 기회를 잘 살려냈습니다. 0.77(7푼7리) 이후 강정호는 극적인 반등에 성공, 이후 출전한 열 두 경기에서 0.429(15/35)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선발 출장한 경기만을 놓고 보면 강정호는 0.483(14/29)이라는 초고감도 성적을 냈습니다. 선발로 출장한 여덟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단 한 경기(그나마 그 한 경기에서 볼 넷을 두 개나 얻어 멀티 출루에 성공했습니다) 뿐이며 2홈런 9타점을 기록했습니다.
강정호가 이처럼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자 얼마 전만 해도 마이너리그에서 수련해야 한다던 언론은 180도 입장을 바꾸어 이제는 강정호를 주전으로 기용해야 한다고 파이어리츠의 허들 감독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파이어리츠 팀의 주전 유격수와 3루수인 조디 머서와 조쉬 해리슨의 성적이 각각 0.194(0홈런 8타점), 0.173(2홈런 6타점)으로서 심각한 부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두 선수의 타점이나 홈런 수는 강정호와 비슷하지만 이는 주전인 두 선수가 강정호에 비해 훨씬 많이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파이어리츠 팀이 강정호 선수를 스카웃한 이유는 타격 능력도 타격 능력이지만 사실 내야 유틸리티(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로서의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즉 메인 포지션인 유격수 외에 3루수, 심지어 2루수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실제로 지금까지 강정호는 교체 멤버로 출장한 경기 포함 15 경기에서 유격수로 8경기, 3루수로서 7경기를 뛰었습니다.(나머지 5경기는 대타로만 출장) 아직 2루수로서는 한 게임도 출장하지 않았는데 이는 팀의 주전 2루수인 닐 워커 선수의 성적이 뛰어나고 또한 백업 2루수인 션 로드리게즈 선수 역시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는 2루수로 출장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강정호 선수가 계속해서 지금처럼 훌륭한 타격성적을 낸다면 아마 파이어리츠팀은 유격수나 3루 포지션 가운데 하나를 강정호에게 붙박이로 맡길지도 모릅니다.(수비 포지션을 여기 저기 옮긴다는 것은 어느 자리에서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 편이 선수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한 달 동안 강정호 선수의 성적에 기복이 심했던 것처럼 앞으로 강정호 선수의 경기력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강정호 선수의 출장이 잦으면 상대 팀에서는 강정호 선수의 타격 약점을 집중 분석할 것이며 오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선발투수 라이언스가 그런 것처럼 대놓고 스트라이크 세 개를 연속으로 던지다 홈런을 맞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강정호 선수가 KBO에서 보여준 뛰어난 활약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어질 거라 쉽게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KBO 출신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과거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개척자가 되었고 현재 텍사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는 한국인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개척자가 되었습니다. 또 류현진 선수는 KBO 출신 투수로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개척자죠.
박찬호 이후에 많은 국내 아마추어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건 박찬호 선수가 동양인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류현진 선수 이후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윤석민 선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고(윤석민 선수는 지난 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 팀에서 흠씬 두들겨 맞고 올해 친정인 KIA로 컴백 홈했습니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메이저에 노크할 수 있었던 것은 류현진 선수가 KBO 출신 투수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 해 또는 남은 계약기간(강정호 선수는 파이어리츠 구단과 마지막 해는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는 4+1년 계약을 했습니다) 동안 강정호 선수가 어떤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KBO 타자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활발해지거나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KBO를 거쳤든 거치지 않았든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등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활약을 감안하면 KBO 출신 타자로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 선수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강정호 선수는 이 순간 메이저리그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파이팅을 기원합니다.
2015.5.11 블루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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