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인가? 사회상의 반영인가?

 

 

블루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영화보다 재미있는 씨네 플러스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하이웨이님 모시고 자문자답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이웨이 : 안녕하세요?

 

블루 : 오늘 마련한 주제는 막장 드라마 속에 나타난 가족상의 변화입니다. 현재 개봉 중인 투 마더스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아들의 친구 그리고 친구의 어머니와 가지는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요, 이 영화 어떻게 보셨습니까?

 

하이웨이 : 본능에 충실한 작품이죠.

 

블루 : 본능이라는 것은 성적 본능을 말하심인가요?

 

하이웨이 : 이 영화는 모성 본능이라든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읽힐 여지가 없습니다. 제일 아쉬운 점은 아이들의 시각과 감정이 배제된 점입니다. 영화가 좀 더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져가려면 이안과 톰이 젊은 엄마들을 보는 시각이 묘사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이 바로 관계로 이어지더라구요. 예를 들어 이안과 로즈가 관계하기 전에 로즈의 몸을 바라보는 이안의 시선 이런 씬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투 마더스

 

블루 : 최근 들어 기존의 가족 질서라든가 가족 관계가 붕괴되는 작품들이 자꾸 만들어지는데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요?

 

하이웨이 : ‘투 마더스의 경우, 극단적인 설정이긴 합니다만 돈 앞에 무너지는 가족의 추악한 모습을 그린 독립영화 죽지 않아라든가, ‘킬러 조에 비하면 도덕적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에요. ‘킬러 조의 경우, 보험금을 노리고 어머니를 청부살인하잖아요.

 

그런데 이 게 영화니까 가능하다.. 이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실제로 보험금을 노린 가족 살인 사건은 종종 신문 사회면 같은데서 보도 되잖아요. 뭐 저런 영화가 다 있냐고 영화를 욕할 수만 없다는 말이죠.

 

블루 : 결국 돈이 문제란 말씀이신가요?

 

하이웨이 : 돈은 겨우 지탱되고 있는 기존 가족의 붕괴를 가속화할 뿐입니다. 돈 때문에 가족이 무너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봐요.

 

연초에 개봉한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같은 작품은 가족의 붕괴에 돈이 개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내가 오랜 기간 암투병 하는 사이에 남편은 젊은 여직원이랑 바람이 나죠. 완치된 아내는 예비 사돈과 사랑에 빠지고, 그 예비 사돈을 처제가 오랜 세월 짝사랑해 왔고.

 

이런 작품은 가부장적 권위와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해 유지되어 왔던 기존의 가족, 부부관계가 과연 절대선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메리칸 뷰티

 

블루 : 지난 2000년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샘 맨더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에도 이미 가족의 붕괴와 중년 남성의 추락 같은 사회적 문제가 다루어졌죠. 당시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십 여 년이 흐른 지금 나가도 너무 나간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야 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앞으로의 가족 관계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하이웨이 :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가족의 탄생은 혈연만이 가족을 구성하는 원리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죠. 이런 가족도 많이 탄생할 것 같구요.

 

최근 개봉한 셰임'(Shame) 같은 작품은 어떤 시각으로 보면 1인 가정을 다룬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 브랜든의 경우 가족이 있는 걸 부담스러워 여기죠. 1차적으로는 인간관계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인물입니다.

 

먼 훗날 형제, 자매, 고모, 이모 등의 호칭은 사전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형제, 자매가 없이 자라나 독신으로 살면 가족의 개념이란 게 상실될 수밖에 없을 거구요. 앞으로 1인 가정을 소재로 한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될 겁니다.

 

 

가족의 탄생

 

블루 : 영화의 소재로서 가족의 붕괴가 아직도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로서는 충격적일 것 같은데요.

 

하이웨이 : 글세요. 유교적 가치관이라는 게 뭐죠? 예를 들어 심청전을 보면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바치잖아요. 이런 게 효()고 유교적 가치관인가요?

 

심청전은 조선시대의 막장 드라마라고 봐도 됩니다.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몸을 팔고 사찰은 이 과정에서 한몫 챙기죠. 인륜이고 뭐고 없는 드라마가 심청전입니다.

 

지금은 이런 일이 없나요? 그렇지 않죠. 70년대에 유행했던 호스티스 영화가 뭔가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동생 학비를 위해 딸과 누나가 도시로 몸 팔러 나가는 이야기 잖아요. 실제로도 비일비재한 일이거든요.

 

저녁의 게임같은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에서 홀아비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딸은 아예 아버지의 욕구 해소 대상이기도 하죠. 그래도 심청이 가족보다는 나은 겁니다.

 

 

저녁의 게임

 

블루 : .. 듣고 보니 우리 영화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가족의 붕괴는 진행 중이군요. 결국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 영화들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투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되겠네요.

 

하이웨이 : 그렇죠. 인간의 상상력이란 실은 경험의 산물이거든요.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

 

블루 : 야구요?

 

하이웨이 : 몇 해 전에 LG트윈스에서 뛰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라는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이 있었습니다. 그 선수 와이프가 누군지 아세요?

 

블루 : 누군데요?

 

하이웨이 : 친구 엄마인지 엄마의 친구인지 하여튼 그렇답니다.

 

블루 : ?

 

하이웨이 : 영화가 세상을 리드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세상이 이미 그렇게 가고 있는 거죠.

 

블루 :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이웨이 : 감사합니다.

 

2013.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