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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 / 인생이란 초콜릿 상자 같은 것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옛날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생일에 나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를 본 마을의 스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아 봐야지."
나귀를 타던 소년은 떨어져 불구가 되었습니다. 이를 본 스님이 다시 말했습니다.
"살아 봐야지."
소년의 나라에 전쟁이 터졌습니다. 소년은 불구였기 때문에 징집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말했습니다.
"살아 봐야지."
세상 일, 살아봐야 알수 있지 않을까요?
앨라배마의 포레스트 검프는 지능이 좀 모자란 소년이었습니다. 포레스트는 일반학교에 갈 능력이 못되었지만 열성 어머니를 둔 탓에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에 입학합니다.
머리가 둔하고 게다가 뼈가 휘어서 다리에는 교정기를 차고 다니는 포레스트는 아이들의 놀림감이었죠. 아이들이 쫓아오면 그는 =3=3 그저 냅다 달아나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알게 되죠. 자신이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빠른 발을 가진 포레스트는 풋볼 코치의 눈에 들어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합니다. 대학 풋볼팀에서 주력을 앞세워 맹활약한 포레스트는 전미 대학 대표팀에 선발돼 백악관에 초청을 받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포레스트는 군에 입대합니다. 베트남에 파병된 포레스트는 빠른 발 덕에 여러 동료들의 목숨을 구하고 무공훈장을 받습니다. 엉덩이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그는 병원에서 탁구를 배우는데 대단한 소질을 발견하죠. 종일 똑딱똑딱 탁구를 연습하던 그는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미중수교를 위한 핑퐁외교팀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합니다.
스타가 된 포레스트에게 탁구 라켓을 만드는 회사에서 스폰이 들어옵니다. 모델료를 받은 그는 그 돈으로 새우잡이 어선 한 척을 삽니다. 베트남에서 전사한 동료 버바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죠. 버바는 포레스트에게 제대하면 함께 새우잡이를 하자고 말했었죠.
어느 날 허리케인이 닥쳐 대부분의 어선들이 침몰했지만 운 좋게 포레스트의 어선은 무사합니다. 이후 새우잡이로 돋을 긁어모은 포레스트는 함께 배를 탔던 군대 상관 댄 중위가 마침 애플사에 투자를 하는 바람에 억만장자가 됩니다. 물론 포레스트 자신은 애플사를 과일가게로 알고 있었지만.
포레스트 검프 역의 톰 행크스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포레스트 검프’(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Forrest Gump, 1994)는 약 이십 여 년에 이르는 20세기 중후반 미국의 역사를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반추해 본 작품입니다.
영화에는 흑백 갈등 - 베트남전 - 히피 운동의 확산 - 미중 수교 같은 1960, 70년대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이 망라됩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포레스트는 언제나 이 사건들의 중심에 있게 되죠.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가 주요 시국 사건들을 관통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시(로빈 라이트)와의 애정 관계를 그려갑니다. 고향 마을에서 함께 자란 제시는 플레이보이 모델로 활동하다가 포크 가수가 되어 히피로 살아갑니다.
포레스트에 대한 제시의 마음 때문에 포레스트와 제시는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좀 부족한 포레스트를 좋다는 남자 많은 제시가 마음에 둘 리가 없죠.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인긴 했습니다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선 포레스트가 거추장스러워진 제시. 포레스트의 아이를 가지고도 그의 곁을 떠난 제시는 어느 날 포레스트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영화는 제시의 편지를 받은 포레스트가 그녀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포레스트의 회상에서 자연스럽게 현재로 이어진 영화는 포레스트와 포레스트의 만남으로 마무리합니다. 감동적이죠.
‘포레스트 검프’는 같은 해(1995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함께 노미네이션 되었던 ‘쇼생크 탈출’과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포레스트 검프’는 무려 13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의 위너가 되었지만 쇼생크 탈출은 작품상을 비롯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도 단 한 개의 상도 거머쥐지 못했죠. ‘포레스트 검프’에 완벽하게 밀린 것입니다.
개인적인 호불호야 있겠지만 지금 와서 두 작품 가운데 어느 작품이 우수한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다만 두 작품의 인생관이 상당히 상반된다는 건 말해두고자 합니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이 가혹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을 개척했다면 포레스트 검프는 그저 주어진 인생을 살았을 뿐입니다. 베트남전이나 미중수교가 포레스트 검프의 의지는 아니죠. 그때그때 어떻게 살다보니 전쟁영웅도 되고 탁구대표팀에 선발되어 핑퐁외교에도 참가하게 된 것이죠.
두 작품은 모두 해피엔딩입니다. 물론 결과는 바뀔 수도 있죠. 여러분은 어떤 인생을 원하십니까?
아들의 입학을 거절하는 교장선생님에게 몸을 바치는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샐리 필드)는 영화의 인생관과는 많이 다른 인물로 읽히더군요.
앞에 언급한 나귀와 소년 이야기는 역시 톰 행크스가 주연한 ‘찰리 윌슨의 전쟁’(2007)에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찰리 윌슨(톰 행크스)의원에게 CIA의 거스트(필립 세이모어 호프먼)가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지원은 탈레반을 키웠고 결국 미국에게 화가 되었죠.
PS1 : 지금은 일도 아니겠지만 과거의 자료 하면에 톰 행크스를 합성하여 포레스트 검프가 케네디, 존슨, 닉슨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화제였습니다.
PS2 : 영화는 각 시대에 맞춰 그 시기 히트했던 팝송들을 배경음악으로 내보냄으로써 팝팬이라면 음악만 들어도 대략 언제쯤이라는 걸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명대사 : 인생이란 초콜릿 상자 같아서 무얼 뽑을지 알 수 없는 거야.(Life's a box of chocolates, Forrest.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by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
죽음도 인생의 일부분이다.(dying is a part of life.) by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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