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8. 16. 08:29

언더 더 스킨

 

 

여성이라고 하지만 성적 정체성이 명확하진 않다. 여성일 수도 남성일 수도 이도저도 아닐 수도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양성이든 그것은 지구의 기준일 뿐 코스모 스탠더드’(Cosmo Standard)는 아니다.

 

그런데 영화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 2013, 감독 : 조나달 글레이저)을 보고 우린 주인공을 여성이라 단정 짓는다. ()껍질’(skin)을 보고서. 또 그()를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했기 때문이다.

 

에일리언인지 뱀파이언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 이후론 편의상 그녀로 표기한다)는 남성들을 유혹해 양분을 섭취한다.

 

 

 

 

특이한 건 시선처리다. 영화는 그녀의 시선으로 작성되었다.

 

에일리언 영화든 뱀파이어 영화든 그동안 제작된 영화는 하나같이 인간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 본 것들이다.

 

그런데 언더 더 스킨은 그녀의 눈으로 인간을 보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과는 놀랍다.

 

그녀의 눈에 드러난 미추(美醜)는 인간이 느끼는 것과 다르다.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추함은 무엇일까? 종이 한 장 같은 껍질이 과연 아름다움과 추함을 정의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의외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너무도 간단히 남성들을 유혹해 그들을 섭취하던 그녀는 어느 날 진정으로 자신을 감싸는 남성을 만나 처음으로 여성을 느껴본다.

 

하지만 그녀의 피부에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

 

그녀의 성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녀의 실존(스킨)에 끌린 남성은 그의 방식대로 그녀를 취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다 그녀의 소름끼치는 언더 더 스킨을 마주한다. 언더 더 스킨과 온 더 스킨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녀의 초점 없는 눈동자는 세상에 대한 물음이며 감정의 배제다.

 

남성들이 그녀에게 유혹당하는 장면은 모두 몰래 카메라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시선은 당연히 그녀의 것이다. 남성들은 일반인들이다.

 

스칼렛 요한슨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섹시하지 않다고? 영화는 그녀 앞에서 곧추세운 남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