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8. 17. 23:00

리스본행 야간열차 : 여행의 끝에서 맞닥뜨린 비극의 역사

 

 

 

여성용 빨간 코트를 손에 든 중년의 신사가 스위스 베른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사는 고등학교 문학교사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에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인을 구출한다.

 

그레고리우스를 따라 잠시 학교에서 머물렀던 여인은 코트를 벗어둔 채 사라진다. 그레고리우스는 여인의 벗어둔 코트에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낡은 책과 리스본행 열차표를 발견한다.

 

혹시 여인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베른 역으로 나온 그레고리우스. 하지만 여인을 만나지 못한 그레고리우스는 충동적으로 리스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관통하여 대륙의 끝인 리스본에 도착한 열차. 낯선 땅에서 그레고리우스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레고리우스는 우선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를 만나보기로 한다. 그러나 아마데우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 그레고리우스는 사십 여년의 독재에 대항에 1974년 포르투갈에서 일어난 카네이션 혁명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애증을 그린 책의 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등장인물들을 하나 둘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아마데우(잭 휴스턴)는 약사인 친구 조지와 함께 레지스탕스에 참여한다. 어느 날 의사인 아마데우는 시민들에게 붙잡혀 폭행을 당하던 악명 높던 경찰간부 멘데즈를 치료해주고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그즈음 친구인 조지는 자신과 사귀는 여성 레지스탕스 에스테파니아(멜라니 로랑)를 아마데우에게 소개한다. 에스테파니아는 한눈에 잘 생긴 아마데우에게 빠지고 비밀경찰에 쫓겨 달아나던 날 밤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한다.

 

아마데우와 에스테파니아의 사이를 눈치 챈 조지는 에스테파니아를 죽이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한편 비밀경찰의 비호를 받는 신분이 된 아마데우는 수배자인 에스테파니아를 살리기 위해 경찰의 검문을 피해 스페인으로 도피시킨다.

 

 

'리스본행 야간열차'(감독 빌 어거스트)는 전형적인 액자형식을 가진 영화다. 자살하려던 낯선 여인을 구해준 그레고리우스는 여인의 코트에서 우연히 한권의 소설을 발견하고 작가인 아마데우의 동생인 아드리아나(샤롯 램플링)와 조지(브루노 간츠) 그리고 함께 레지스탕스를 했던 음악교사 출신의 주앙 등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찾아 아마데우의 흔적을 쫓아간다.

 

영화는 현실의 그레고리우스의 이야기와 책속의 아마데우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리스본에서 안경을 깨트린 그레고리우스는 새 안경을 맞추려 안경점에 들렸다가 안경사 마리아나(마르티나 게덱)를 만나 그녀의 도움으로 책 속의 인물들을 찾아간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 아마데우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훨씬 흥미롭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그레고리우스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자극적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그다지 현실성이 없고 아마데우의 이야기도 그저 이야기로 그친다는 점.

 

하지만 형식이 형식인 만큼 보는 내내 상당한 몰입도를 일으키게 한다.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광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영상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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