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9. 6. 10:42

앤트 불리(The Ant Bully)

 

왜소한 체구로 인해 힘세고 커다란 친구에게 괴롭힘과 놀림을 당하던 꼬마 루카스는 자기 집 정원의 개미집을 파괴하며 분풀이를 합니다.

 

루카스가 장난삼아 호스로 물을 뿌려대거나 오줌을 싸갈기면 개미왕국은 금방 물바다가 되곤 하죠.

 

루카스는 개미왕국의 파괴자입니다.

 

루카스의 파괴 행위를 참다못한 개미왕국의 마법사 조크는 루카스를 개미만큼 작게 만드는 약을 만들어 루카스가 잠든 사이 귀에다 부어 넣습니다.

 

개미왕국으로 끌려 온 루카스는 그동안의 행위에 대해 재판을 받고 여왕개미는 개미처럼 살게 하라고 판결합니다.

 

 

하지만 인간인 루카스가 개미가 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자기 몸의 몇 배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개미에 비해 루카스는 너무나 허약합니다. 또 개미처럼 벽을 타고 오르지도 못합니다.

 

루카스는 개미 훈련을 받는 동안 차츰 개미의 세계를 이해하고 협동심을 배워 가죠. 개미 세계의 일원으로 말벌떼의 공격을 물리치기도 하며 모험을 경험합니다.

 

어느 날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바라 본 루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세상인데도 하늘과 별을 그대로네."

 

인간의 세상과 개미의 세상은 분명 다른 세상이죠. 하지만 우주라는 대자연 속에서 인간과 개미는 똑같이 미물에 불과한 존재일 뿐입니다.

 

루카스가 개미 세계에 적응해 갈 무렵, 강력한 살충제로 무장한 해충박멸업자 빌즈가 나타나 개미들을 몰살시키려 합니다. 과연 루카스와 개미는 이 위기를 벗어나 개미왕국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루카스는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저도 어렸을 때 개미 똥구멍도 핥아 먹고, 더듬이도 절단하고, 개미집에 물도 붓고 꼬챙이로 쑤셔도 보고 그랬습니다. 그땐 개미 학대하는 게 놀이였죠.

 

그러다 언제부턴가 개미가 발에 밟힐까봐 신경을 쓰게 되더라구요, 아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은 뒤로가 아닐까 합니다.

 

베르베르는 그러죠. 지구의 대표는 인간이 아니라 개미라고. 만일 우주인이 지구에 와서 대표자를 만난다면 그들은 인간을 제쳐 두고 개미와 교신할지도 모를 일이죠. 지구에 인간보다는 개미의 수가 훨씬 많거든요.

 

불리(골목대장) 소년은 루카스를 괴롭히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크고 너는 작아!"

 

덩치 큰 불리 소년에게 괴롭힘을 당한 루카스는 개미집을 파괴하며 똑같이 말해주죠.

 

"나는 크고 너는 작아!"

 

인간의 세상에서 폭력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원리는 다 같죠. 바로 나는 크고 너는 작기 때문입니다. 아님 너는 크고 나는 작거나. 무엇이 크고 작던 간에.

 

 

 

인간이 개미세계로 들어 가서 그곳을 여행한다는 이야기는 중국에도 있습니다. 바로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는 사자성어가 유래된 당나라 사람 이공좌가 지은 '남가태수전'이 그것이죠.

 

당나라 때 한 선비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그만 자기 집 나무 아래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서는 자신을 데리고 나무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닙니까. 그곳에는 괴안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선비는 그곳 임금의 사위가 되어 남가군의 태수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남가군에서 오래 선정을 베풀어 이름을 높인 선비가 잠에서 깨어나 자기 집 나무 밑둥을 보니 구멍이 뚫려 있었고 속에는 개미집이 있더라는 이야기죠.

 

저는 이 이야기를 어렸을 때 중국동화집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정말 대단한 팬타지 아닙니까?

 

인간은 시대에 따라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는 수단과 기술이 달라질 뿐 상상하는 힘은 같은 것 같습니다. 1천여 년 전에도 인간은 팬타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즐겼던 겁니다. 팬타지는 그 어떤 현대 문학보다 전설 속에 더 많이 녹아 있지 않아요.

 

 

 

'앤트 불리'(The Ant Bully, 2006, 감독 : 존 A 데이비스)는 제작자인 톰 행크스가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그리고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좋은 애니메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