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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해피엔딩 / 허세작렬 헐리웃 작가의 좌충우돌 인생2막
한 때 헐리우드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키스 마이클스(휴 그랜트). 하지만 지금은 전기료 낼 돈마저 없는 형편이다. 아내와는 이혼한지 오래고 대학에 들어간 아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에이전트는 지방대학의 시나리오 강사 자리를 추천한다. 빙엄턴대학교? 도대체 빙엄턴이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 곳이란 말인가?
아카데미 각본상 수작자로서 스타일 구기는 일이었지만 일자리를 주겠다니 마지못해 빙엄턴에 도착한 키스. 하지만 첫날부터 수강생과 잠자리를 함께 하더니 인사하는 자리에서는 여교수와 시비가 붙는다.
처음부터 마음에 차지도 들지도 않는 자리였으니 수업이 될 리가 없다. 허세는 작렬, 강의는 대강. 그날그날을 대충 수습하던 그는 여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알려지면서 강사직마저 내놓아야 할 위기에 처한다. 과연 키스는 화려하게 헐리웃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한 번 더 해피엔딩’(The Rewrite)은 휴 그랜트와 마크 로렌스 감독이 네 번째로 함께 한 작품이다. 재기에 몸부림치는 왕년의 스타작가의 서글픈 현실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한물간 팝스타의 재기를 다룬 두 사람의 2007년작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 Lyrics)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과 달리 로맨스가 없는 작품이다.
로맨스가 없다는 건 휴 그랜트를 받쳐줄 카운터 파트가 부재하다는 말과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휴 그랜트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지만 우리나이로 56세인 휴 그랜트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만으로 영화를 끌고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영화에도 하룻밤 잠자리를 함께 한 여학생 캐런(벨라 헤스콧)이나 나많은 수강생인 홀리(마리사 토메이) 등의 인물들이 키스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썸을 타기도 한다. 문제는 이 관계들이 이야기를 밀어줄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는 허술하고 갈등은 너무 쉽게 봉합된다.
더구나 한 때 잘 나가던 인기 작가가 시골 대학에서 시나리오 작법을 강의한다는 설정은 클리셰라고 할 만한 수법이다. 흔한 수법을 흔하지 않게 보이려면 이야기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는데 감독은 우회로를 타지 않고 그저 똑바로 가서 목적지에 안착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극에서 쉬운 길은 좋은 길이 아니다.
원제(The Rewrite)가 암시하듯 키스는 새로운 무대에서 또 다른 비상을 꿈꾼다. 이런 면에서 ‘한 번 더 해피엔딩’은 ‘버드맨’을 닮기도 했지만 휴 그랜트는 마이클 키튼이 되지 못했다. 추락하는 것에 필요한 건 날개가 아니라 제트엔진이다.
PS : JK 시몬즈가 '위플래쉬'의 플래처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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