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9. 10. 15:07

1월의 두 얼굴 / 아버지와 닮은 아들과 닮은 아버지

 

 

호세인 아미니 감독의 '1월의 두 얼굴'(The Two Faces of January, 2014)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9년마다 각 일곱 명의 처녀총각을 바쳐야 하는 형편이었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부왕인 아이게우스에게 청하여 자신이 직접 공물이 되어 크레타에 가서 미노스왕의 아들인 소머리를 한 괴물 미노타우르를 처단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아이게우스왕은 테세우스에게 만약 미노타우르를 물리치고 돌아온다면 흰 돛을 달아 멀리서도 승리했음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크레타로 간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르를 죽였지만 그만 돌아올 때 흰 돛을 올려야 한다는 걸 깜빡 잊고 검은 돛을 달고 말았다.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게우스는 검은 돛을 보고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리스를 여행하고 있는 미국인 부부 체스터(비고 모텐슨)와 콜레트(커스틴 던스트) 부부는 우연히 만난 여행 가이드 라이달(오스카 아이삭)에게 아테네 시내를 안내해 줄 것을 요청한다.

 

체스터는 예일대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라이달이 미덥지 못했지만 아내의 청에 못 이겨 라이달을 고용했다. 그렇지만 체스터는 자신의 젊은 아내를 쳐다보는 라이달의 눈길이 불쾌하다.

 

그날 밤 체스터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저지르고 만다. 이제 라이달의 도움이 절실해진 체스터. 세 사람이 기묘한 여행을 시작하면서 아내와 라이달에 대한 체스터의 의심이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체스터는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라이달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1월의 두 얼굴'은 두 개의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하나는 소개한 테세우스의 이야기다. 그리스에서 가이드로 활동하는 라이달은 부친의 장례식에도 불참할 만큼 아버지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 라이달에게 체스터는 어려서는 아버지가 전부이지만 자랄수록 실망하게 된다고 말한다. 라이달은 그런 체스터에게서 아버지를 느낀다.

 

체스터와 라이달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콜레트에게서 비롯된다. 라이달의 도움을 받아 도피하면서도 체스터는 끊임없이 아내인 콜레트와 라이달의 관계를 의심한다.

 

영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테세우스와 오이디푸스의 신화를 오간다. 모든 아들이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다(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대사)면 그것은 모든 아버지와 아들이 아내이자 어머니인 한 여자를 사이에 두었기 때문이다.

 

라이달은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테세우스이자 어머니를 사랑한 오이디푸스다. 결국 콜레트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1월의 두 얼굴태양은 가득히의 작가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작품의 얼개는 태양은 가득히를 닮았다.

 

태양은 가득히의 주인공 톰은 대부호인 친구 필립의 세계를 동경한다. 그는 친구의 재산과 친구의 여자를 탐한다.

 

‘1월의 두 얼굴은 관광객의 푼돈이나 뜯어 먹고 사는 여행 가이드 라이달이 고객에게 유령회사의 주식을 중개하고 쫓기는 자산관리사 체스터를 만나 그가 저지른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욕망의 사다리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오르는 톰의 파멸을 보여준 태양은 가득히와 달리 부자(父子)간의 원초적인 갈등을 신화에 빗대어 그린 격조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에 등장하는 테세우스 신화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기저에 흐르는 오이디푸스 신화는 영화의 결말을 강하게 암시한다.

 

 

1(January)은 앞뒤로 두 얼굴을 가진 문()의 신 야누스(Janus)에서 따왔다고 한다. 1월은 마지막과 시작이 붙어 있는 달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