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26. 16:51

빅 쇼트 / 월 스트리트의 ‘내부자들’

 

우선 이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고 하는 건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안전하다고 속여 파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군요.

 

이 영화에는 일반인에게는 낯선 금융 용어가 남발됩니다.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들이 전문적인 트레이더들이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이 점을 의식,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비우량 주택담보대출)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부채담보부증권)같은 용어들을 요리와 카드 게임 등에 비유하며 설명하지만 관객들의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 다섯 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면서 다크호스로 떠오는 빅 쇼트’(The Big Short, 감독 : 아담 멕케이)는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남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바탕으로 한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CDO에 투자할 때 사태를 예견하고 증권의 가치가 하락한다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설적인 트레이더들의 이야기입니다.(영화의 제목인 쇼트는 매도를 뜻하는 자본시장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특정 시점에 현재 가격으로 매도할 것으로 약정한다면 5백 원짜리 상품을 천원에 파는 것처럼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레드 피트 등 막강한 배우들이 분(한 네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이야기가 분산되는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전문용어로 인해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J.C 챈더 감독의 마진 콜’(2001)과 소재가 같습니다. 하지만 마진 콜MBS를 대량 매입한 투자은행이 뒤늦게 위험성을 깨닫고 이를 처분하는 과정까지를 그렸다는 점에서 CDO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 거래가 등장하는 빅 쇼트마진 콜에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CDOMBS를 매입하여 한 번 더 유동화한 파생상품이며, CDSMBSCDO 등의 부도위험에 대비하여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상품이기 때문입니다.(‘빅 쇼트에서는 크리스찬 베일이 분한 마이클 버리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하고 골드만 삭스를 찾아가서 엄청난 규모의 CDS 거래를 맺습니다. 결국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의 부도로 골드만 삭스는 천문학적 액수의 보험금을 버리에게 물어주게 되죠)

 

따라서 빅 쇼트에 앞서 마진 콜을 감상한다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MBSCDO로 변신한 뒤 전 세계에 유통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그 규모를 추정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을 바탕으로 한 MBSCDO 등의 파생금융상품이 전 세계에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서브프라임 대출을 실행한 상업은행(CB)들과 상업은행이 발행한 MBS를 매입하여 다시 CDO를 발행한 투자은행(IB)들이 잇달아 쓰러졌고 최종적인 피해는 CDO를 매입한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습니다.

 

이처럼 대출채권이 돌고 돌면서 다른 금융상품으로 변신하는 이유는 채권과 증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들이 조기에 현금을 창출하기 위함입니다. 은행은 대출 채권을 증권화한 MBS를 발행하여 만기 전에 현금을 수입하고 이를 매입한 IB 역시 CDO를 발행하여 조기에 현금을 만들고 수수료도 챙기겠죠.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CDO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결국 서브프라임 채권을 떠맡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일은 미국이나 유럽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CDO는 우리나라에까지 흘러 들어왔으며, 경우가 다르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증권사들 역시 계열사가 발행한 부실 채권 등을 일반투자자에게 팔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하는 얘기가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은 현재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는 가계 부채 때문입니다. 만약 시장금리가 상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한민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 재미있겠습니까? 혹은 재미있게 보셨습니까? 한 통속이 되어 투자자를 속이는 법률가와 투자은행, 신용평가사들을 고발한 헐리웃 판 내부자들이라는 점에서 시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솔직히 재미없더라고요.

 

2016.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