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25. 11:21

더 스토리 : 세상에 숨겨진 사랑(The Words)

 

결혼을 앞두고도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작가 지망생 로리(브래들리 쿠퍼)는 생계를 위해 사업을 하는 부친으로부터 용돈을 받아야 하는 신세입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은 번번이 출판사로부터 퇴자를 맞죠.

 

.. 로리의 딱한 처지, 단박에 이해가 가시죠.

 

하지만 아내 도라(조 샐다나)와 함께 떠난 파리 신혼여행에서 인생 역전의 전기를 얻습니다.우연히 들른 골동품 가게에서 낡은 가방을 구입한 로리는 그 속에서 누군가가 잃어버렸을 아주 오래된 원고뭉치를 발견하고 단숨에 읽어 봅니다.

 

 

이야기는 2차 대전 직후 파리를 배경으로 미국인 청년과 프랑스 여인의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 난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을 그린 것으로 로리의 마음을 사로 잡습니다.

 

고민 끝에 그 작품을 옮겨 적는 로리. 심지어 오타까지도 그대로 베낀 로리는 마치 작품이 원래 자신의 창작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원래 순수한 창작이란 없죠. 어느 작가가 그러더라구요. 소설이나 시는 신이 불러주신 것을 옮겨 적은 거라고..

 

'창가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발표한 로리는 미국에서 수여하는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모조리 휩쓸며 단번에 베스트 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런데 너무나 유명해진 탓일까요? 신의 선물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한 노인(제레미 아이언스)이 찾아와 자신이 작품의 진짜 작가라고 주장합니다. 

 

 

'더 스토리 : 세상에 숨겨진 사랑'(The Words, 2012, 감독 : 브라이언 크러그만, 리 스턴탈, 이하 더 스토리)은 독특한 구성을 가진 영화입니다. 무일푼의 작가 로리가 대스타가 되기까지의 스토리를 이 영화의 진짜 내용으로 아셨죠? 실은 로리는 클레이(데니스 퀘이드)라는 작가가 쓴 '더 워즈'(The Words)라는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즉 액자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말이죠.

 

어쨌든 이야기는 흥미로운 것 같은데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진짜 작가 앞에서 로리는 어떻게 할까요? 영화에서는 클레이라는 작가가 신작 발표회에서 여기까지 이야기를 해주며 궁금해요? 그럼 돈내고 책을 사보라고 하죠. 

 

 

그 뒷부분의 이야기는 클레이가 자신을 흠모하는 작가 지망생 다니엘라(올리비아 와일드)에게 전해주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표절 혐의를 받는 경우 보통 세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잡아 떼거나 판권을 사거나 인정하는 거죠. 로리는 갈등합니다. 그리고 선택한 방법은.. 세상에 솔직히 밝히기로 하죠. 우선 아내인 도라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그 다음에 출판사를 찾아가 말합니다. 작품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방안을 사용하라고 일러주죠. 조용히 판권을 사들이라는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한 두번 있는 줄 아느냐고..

 

실제로 저작권법 만큼 웃기는 법은 없습니다. 저작권이란 음악이 되었든 사진이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작가가 아닌 판권을 가진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죠. 비틀즈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의 경우, 그의 솔로 히트곡 'My Sweet Lord'가 쉬폰스의 'He's So Fine'이라는 곡을 무의식적으로 표절했다는 판결을 받자 아예 곡의 저작권을 사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My Sweet Lord'는 조지 해리슨의 음반에 수록되어 나올 수 있는 거죠.

 

반면 6,70년대에 날렸던 록밴드 CCR의 리더 존 포거티는 솔로 시절 발표한 'The Old Man Doen The Road'라는 곡이 CCR 시절에 자신이 작곡해서 발표한 'Run Through The Jungle'이라는 곡을 표절했다는 어이 없는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자기 곡을 자기가 표절했다니 말이 안 될 것 같지만 'Run Through The Jungle'에 대한 판권을 음반사에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이 우스운 일이 벌어진 거죠. 

 

 

이야기가 좀 샜는데요, 로리는 노인을 찾아 갑니다. 돈으로 작품을 팔지 않겠다는 노인에게 로리는 그게 아니라 커밍아웃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인은 그 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죠. 그리고 몇 주 후 숨을 거둡니다.

 

이게 '더 스토리'의 끝이냐구요? 말씀 드렸잖아요. 로리는 클레이라는 작가가 만든 소설 속 가공의 인물이고 진짜 이야기는 클레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중반까지 상당히 밀도 있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로리의 커밍아웃 순간부터 힘을 잃고 비틀거립니다. 도대체 뭘 더 말하려는 건지.. 하지만 영화에는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더 스토리'는 클레이의 소설 속 주인공인 로리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로리의 소설인 '창가의 눈물'의 주인공인 미국 청년과 프랑스 여인의 사랑 이야기, 끝으로 클레이와 다니엘라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공이 다른 세 가지의 이야기가 묘하게도 상통하는 형태입니다.

 

즉 이 모든 이야기의 뿌리인 노인의 지난 이야기가 클레이의 소설 속 주인공인 로리가 쓴 '창가의 눈물'이고 로리의 인생은 클레이가 쓴 '더 워즈'라는 소설이며, 이 소설이 다시 노인과 연결되어 보인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에피소드들 간의 이러한 절묘한 연결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홍보도 그저 세 파트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라는 식으로 만 되어 있는 것 같구요.

 

'창가의 눈물'의 주인공인 미국 청년과 프랑스 여인의 사랑이 영화의 뿌리입니다만 사실 하려는 말이 이 이야기가 아니고 따라서 하나의 스토리로서 완결성을 가지지 못하다 보니 좋은 구성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임팩트 없이 끝난 느낌입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입니다. 특히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기본 점수는 줄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