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27. 17:37

문라이즈 킹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1964, 뉴 펜잔스라는 미국의 어느 작은 섬마을.

 

부모를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문제아 취급을 받던 샘(자레드 길만)은 교회의 연극에서 수지(카라 헤이워드)를 보고 한눈에 빠진다.

 

그 후 1년 여 펜팔을 하며 우정을 쌓은 샘과 수지는 가출을 계획한다.

 

우수한 보이스카웃 대원인 샘의 안내로 강을 건너고 숲을 지나 해변에 도착한 두 아이.

 

샘과 수지는 그곳에서 둘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려하고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안 어른들은 뒤늦게 수색에 나선다.

 

 

'문라이즈 킹덤'(감독 웨스 앤더슨, 2012)은 열 두살의 소년과 소녀가 주인공이다.

 

우리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관객을 스물을 전후로 한 시기의 추억으로 이끈다.

 

그런데 문라이즈 킹덤은 추억의 시계를 더 앞으로 돌렸다. 사춘기에 막 접어 든 소년과 소녀가 '우리 그냥 사랑하게 놔두라'고 한다.

 

캠핑을 하며 처음으로 키스를 해본 두 아이. 샘의 몸이 딱딱해졌음을 느낀 수지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하며 앞으로 더욱 커질 거라고 말한다.

 

 

해변의 로맨스가 있으면 해변의 어드벤쳐도 있는 법

 

작은 섬을 이 잡듯이 뒤지는 랜디(에드워드 노튼) 대장이 이끄는 보이스카웃 대원들과 마을의 경찰관 샤프(브루스 윌리스) 소장

 

얼마 못가 두 아이의 파라다이스는 발각이 되고 더 이상 위탁가정을 찾을 수 없는 샘은 사회복지사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힐 신세가 되는데..

 

과연 샘과 수지의 열 두살 사랑은 무사할 수 있을까?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은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다. 열 두살 샘과 수지의 풋풋한 사랑은 달이 둥실 떠오를 때처럼 설렌다.

 

누구나가 그 때 그 시절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가슴 속 어딘가에 감춰 둔 그 시절의 사랑도 있을 것이다.

 

문라이즈 킹덤은 추억 속의 그 사랑을 들추어낸다.

 

영화의 화질은 빛바랜 사진처럼 옅은 브라운 톤으로 처리해 그 시절의 향수를 더욱 자극한다.

 

열 두살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지만 영화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그럼 아이들은? 15세 이상 관람가니까 보지 말라는 의미.

 

 

브루스 윌리스나 에드워드 노튼 같은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이 작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것은 의외다.

 

이 영화는 외견상 열 세 살 소년과 소녀가 함께 여행을 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내용의 대만 영화 '별이 빛나는 밤'(2011)을 닮았다. 동화 같은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하며 추억 속에 푹 잠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