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8. 13. 21:00

남극일기 / 욕심이 그 곳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여기는 남극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 순백의 설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군데군데 악마의 구덩이 크레바스를 숨겨 두고 있다. 설원의 끝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눈보라는 사람의 숨을 멎게 한다.

 

'남극일기'(감독 임필성, 2005)는 도달불능점을 찾아 남극을 탐사한 사람들이 겪는 미스테리한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최도형(송강호)6명의 탐사대를 이끌고 도달불능점을 찾아 떠난다. 낮과 밤이 6개월 동안 계속된다는 남극. 60일 이내에 도달불능점에 도달 후 베이스 캠프에 돌아오지 못하면 남극의 깊은 밤이 그들을 맞을 것이다.

 

세상의 끝이란 게 과연 있을까? 설원을 지나가던 그들의 눈에 우연히 1922년 영국 탐험대가 남긴 '남극일기'가 발견된다.

 

영국 탐험대도 그들과 똑같이 여섯으로 출발했지만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단 한명이었다. 하지만 그 한 명의 생사마저 불투명하다.

 

 

 

 

영국 탐험대의 '남극일기'를 발견한 이후 대원들에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바이러스가 없는 남극에서 감기 증세로 고통을 받던 재경(최덕문)의 실종을 시작으로 대원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부대장인 영민(박희순)과 주먹다짐을 하던 성훈(윤제문)이 크레바스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

 

멘붕 상태의 대원들은 도달불능점이고 뭐고 돌아가려 하지만 대장인 도형은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도달불능점이란 어떤 곳이기에 대원들의 거듭된 희생에도 불구하고 도형은 그 곳에 가려 하는 것일까?

 

 

 

 

보기에 따라서는 개죽음 밖에 되지 않는 것이 희생이다. 도형은 아무도 없고 누구도 올 수 없는 곳을 찾아감으로써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하지만 그저 한 점에 불과한 그 곳을 도달불능점이라 여기며 다가가는 것이 인간이다.

 

모험영화로서 '남극일기'는 난관을 극복하는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산악영화들이 꼭지점에 오르려는 인간정신을 찬양했다면 이 영화는 바로 그 정신을 욕심으로 그리고 있다.

 

1920년대에 도달불능점에 도전했던 영국 탐험대의 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도달불능점이란 없다. 욕심이 이 곳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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