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8. 13. 12:30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 / 산은 정복 대상이 아닌 교감의 상대

 

 

인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달로 화성으로 더 먼 우주로 나가지만 지구 안에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세계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낭가 파르밧도 그런 세계였습니다.

 

낭가 파르밧(8,125m). 1953년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헤르만 불에게 초등을 허락한 이래 1970년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을 열지 않았던 새침데기 색시 같던 산. 혹 토라지기라도 하면 등반대의 목숨을 싹쓸이하기도 한 아주 고약한 산입니다.

 

 

 

 

1970, 1953년의 원정대를 이끌었던 독일의 의사 칼은 이번엔 독일인 만으로 구성된 낭가 파르밧 원정대를 조직하고 여기에 젊은 산악인 라인홀트(플로리안 슈테터)와 건터(안드레아스 토비아스) 메스너 형제가 참여하게 됩니다.

 

어려서 앞에 벽이 있으면 돌아가지 않고 벽을 타고 넘어갔던 두 형제는 낭가 파르밧에서도 가장 험난하다는 루팔벽을 등정 코스로 삼습니다.

 

빙벽이나 암벽 등반에서 필수적으로 여겼던 로프나 하켄 따위의 등산장비 없이 오직 빙벽을 찍기 위한 피켈만 가지고 등정에 나선 형제. 루팔 직등을 통해 낭가 파르밧의 정상에 오른 라인홀트와 건터는 그러나 하산 길에 눈사태를 만나게 되고 그만 동생 건터가 목숨을 잃습니다.

 

 

 

 

라인홀트와 건터 형제와는 별도로 다른 대원들도 다른 코스를 공략하여 낭가 파르밧 등정에 성공합니다. 라인홀트 형제가 돌아오지 않자 이들은 자신들이 유일하게 등정에 성공했다고 생각했으나 이후 길을 잃은 라인홀트가 파키스탄의 한 마을에서 발견되고 낭가 파르밧 등정의 영예는 라인홀트 형제에게 돌아갑니다.

 

사상 처음으로 루팔벽 직등에 성공했지만 라인홀트가 치른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동생 건터를 잃었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동상으로 발가락 일곱 개를 잘라내야 했죠.

 

하지만 그 무엇도 산을 향한 라인홀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1978년에는 에베레스트에 이어 다시 낭가 파르밧 등정에 성공합니다.

 

 

 

 

영화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감독 조셉 빌스마이어, 2010)은 독일 출신의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저서 '벌거벗은 산'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깍아지른 듯한 수직 암벽으로 인해 정상 부근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현지어로 벌거벗은 산으로 불린다는 낭가 파르밧. 낭가 파르밧 등정 코스에서도 특히 난코스로 불리는 루팔 직등로는 1970년 라인홀트에 의해 처음으로 개척된 후 무려 35년이나 지나 우리나라 산악인(김창호)에 의해 사상 두 번 째로 등정될 만큼 악명이 높은 코스라고 합니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등반 역사에 있어 큰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그는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등반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따라서 산소호흡기나 셀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무산소 단독 등반을 고집했습니다.

 

'알피니즘'이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라인홀트의 등반 철학은 전 세계 등반가들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같은 독일 영화 '노스페이스'(2008)처럼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도 인위적인 기교를 써서 스릴을 조성하진 않습니다. 산을 오르는 자와 내려가는 자 그리고 그들을 응시하는 산의 시선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바로 ''이니까요.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