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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 비극을 간직한 아이거 북벽
히말라야에 이어 이번엔 알프스입니다.
흔히 노스페이스라고 알려진 아이거산(3,970m)의 북벽. 지금까지 60여 명(이 가운데 한국인도 있다고 합니다.)이 넘는 등반가의 목숨을 빼앗아 알프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높이 1,800m의 이 송곳같은 절벽이 처음으로 인간에게 자신을 허락한 것은 1938년이라고 합니다.
그 때까지 인간의 등반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아이거산의 북벽을 먼저 오르기 위해 유럽 각국은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였으며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독일 민족의 우수성 과시에 혈안이 되어 있던 나치정권도 은근히 자국 산악인들을 부추깁니다.
이에 산악부대원이던 토니(벤노 퓨어만)와 앤디(플로리안 루카스)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북벽을 등정하기로 결심합니다.
1936년 7월, 토니와 앤디는 드디어 아이거 북벽 정복을 위한 등반을 시작합니다. 출발하기 직전 토니는 취재진의 자격으로 북벽을 찾은 옛 애인 루이즈(요한나 보칼렉)를 만납니다.
먼저 출발한 토니와 앤디의 뒤를 오스트리아 대표인 앙리와 빌리가 따르면서 북벽 등정에 대한 취재는 마치 국가 대항전을 취재하는 것처럼 달아오릅니다.
절벽에 매달린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정대도 당연히 선의의 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앙리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두 팀은 대결을 포기하고 동반자 관계로 변모합니다.
당신들은 계속 올라가라는 빌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토니와 앤디는 오스트리아 팀을 도와 함께 하산하기로 결정합니다. 등정보다 소중한 건 생명이었죠.
세 명의 사내가 정신을 잃은 앙리를 로프로 끌어내리는 장면을 아래서 망원경으로 목격한 취재진은 실망을 감추지 못합니다. 1면 타이틀로 예정되었던 기사는 몇 줄 짜리 단신으로 축소됩니다.
하산하는 모습을 보고 산을 관통하는 융프라우 철로를 타고 산중턱의 전망대에 오른 루이즈는 생각보다 대원들이 멀리 있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그 길로 내려가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의 분위기는 싸늘합니다. 그래야 할 법적인 책임도 없을 뿐 아니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아이거 북벽에서 어떻게 대원들을 구하느냐는 거였죠.
홀로 발을 동동거리던 루이즈는 겨우 몇 사람을 모아 전망대로 향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날아갈 듯한 강풍을 뚫고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루이즈 홀로 토니에게 다가가기로 결심을 하는 가운데 이미 세 사람의 동료를 잃은 토니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노스페이스'(감독 : 필립 스톨츨, Nordwand, North Face, 2008)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1936년 7월 아이거 북벽 등정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토니 크루츠와 앤디 히토이서라는 독일 젊은이의 모험과 우정 그리고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보통의 조난 영화라면 자연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인간 정신 뭐 이런 걸 강조하지만 '노스페이스'는 포커스를 인간 정신에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순수해야 할 스포츠를 정권의 홍보도구로 이용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낯선 일이 아닙니다. 지난 70년 대에는 해외에서 세계선수권을 획득하고 귀국하면 정부에서 선수나 선수단에게 카퍼레이드를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군인 신분으로 세계 챔피언이 된 홍수환 선수는 사상 처음으로 사병으로서 사열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생한 선수들을 환영한 게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도 스포츠를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써먹었다는 말을 하는 거죠.
'노스페이스'는 1930년대 당시의 독일의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 '노스페이스'는 대놓고 나치정권을 비판하진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하니까요.('집으로 가는 길'이나 '변호인' 같은 실화를 소재로 한 우리 영화의 거칠고 투박한 표현 방법과 비교됩니다.)
그렇다고 등반 영화로서의 스릴을 잃은 작품도 아닙니다. 네 사람의 등반가가 북벽을 타고 내려올 때의 긴장감은 어느 산악 영화 못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시절이라 안타까움까지 전해지죠.
네 사람의 등정대가 실패한 아이거 북벽은 2년 후인 1938년, 독일과 오스트리아인으로 구성된 연합 등정대에 의해 초등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웃도어 브랜드로 더욱 널리 알려졌죠. '노페'
블루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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