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24. 6. 29. 16:22

하이재킹 / 실화의 빈틈을 잘 메운 작품

 

소개해드릴 영화 ‘하이재킹’(김성한 감독)은 1969년과 1971년에 실제로 우리나라 상공에서 발생한 하이재킹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민간항공기의 부기장 태인(하정우)은 1969년 12월, 강릉을 출발해서 김포로 가던 우리나라 민항기가 북한의 공작원에 이해 공중납치되었을 때, 휴전선 부근까지 쫓아갔던 공군 파일럿 출신입니다. 그는 민항기가 월경하기 전 엔진을 쏘라는 상부의 명령에 불복한 결과 불명예 제대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불과 1여 년 후 이번엔 민간항공기의 부기장이 되어 하이재킹을 당합니다.(영화적 설정이니 그냥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범인(여진구)은 사제 수류탄을 들고 탑승 후 곧바로 기내를 장악하여 기수를 북으로 돌리라고 기장(성동일)을 협박합니다.

 

 

비행기 안에는 오십여 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범인을 제압할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따지고 보면 지배하는 자는 소수인데, 어떻게 소수가 다수를 지배할 수 있을까요. 원래 단 한 명의 폭력배를 당해내지 못하는 게 겁먹은 군중입니다. 이래서 권력이 탄생하는 법이죠. 모든 권력의 본질은 바로 폭력입니다.

 

 

기장은 범인이 여객기를 장악하던 과정에서 눈을 크게 다쳐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 비행기의 운명은 부기장인 태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하고 북으로 날아가자 이번에도 대한민국 공군이 발진하고 1년여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공군은 이번엔 위협 사격까지 해댑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범인이 사제 폭발물로 위협하고 공중에서는 공군의 위협 사격이 가해지는 가운데 태인은 무사히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승객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두 개의 하이재킹 사고를 이어서 만들었는데요, 첫 번째 사건은 주인공 태인이 군복을 벗는 과정을 잠깐 보여준 정도고 영화의 중심은 1971년 1월에 발생한 대한항공 납북 미수 사건을 골자로 합니다.

 

실제 사건은 1971년 1월 23일 속초를 출발해 김포로 향하던 대한항공 F27기에서 일어났는데 범인(김상태, 22세)이 기내 보안관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기 때문에 납북 기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즉 이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 우리나라 청년이 일으킨 거죠.

 

 

영화는 이 사건을 배경으로 알려지지 않은 빈틈을 상상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범행 동기에 대해 영화는 범인이 월북한 형 때문에 어머니를 잃고 고초를 겪은 인물로 묘사합니다. 대한민국에 대해 깊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막대한 보상금과 좋은 대우를 기대하고 하이재킹을 시도했다는 거죠.

 

실제 사건 발생 때 수습 조종사가 사제 폭발물을 몸으로 막아 자신은 희생되고 오십여 명의 승객을 구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과정도 충실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만신창이가 된 비행기는 고성군의 바닷가에 불시착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한항공 F27기 납북 기도 사건은 수습 조종사의 숭고한 희생으로 잘(?) 마무리되었지만, 이보다 앞서 발생한 YS-11기 공중납치 사건 당시 탑승자 51명 가운데 북한이 남으로 돌려보낸 자는 39명뿐이라고 합니다. 승객과 승무원 일부는 자진 입북이라며 지금까지도 돌려보내고 있지 않은 거죠. 남북이 반짝 화해 무드이던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 때 왜 이 문제를 짚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영화 ‘하이재킹’은 실화를 소재로 실화의 빈틈을 과한 과장 없이 잘 메운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납량특집이니 무더운 이때 주말 영화로 권합니다.

 

2024.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