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24. 7. 27. 14:38

힐빌리의 노래 / 미국판 ‘개천용’ 이야기

 

JD 밴스(James David Vance). 미국 북동부에 있는 오하이오주의 연방 상원의원으로 현재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에 의해 1952년의 리처드 닉슨 이래 최연소 미국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지독하게 불우한 성장 환경을 극복하고 채 마흔도 안 된 나이에 미국 부통령 후보가 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변호사 시절 자신의 성장 과정을 기술한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출간(2016년)해서 유명해졌으며, 2020년에는 이 책이 동명의 타이틀로 넷플릭스에 의해 영화화(론 하워드 감독)되기도 했습니다.

 

밴스의 이름 변천 과정을 보면 이 사람의 인생 궤적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밴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원래 보우먼(James Donald Bowman)으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후 2014년까지는 의붓아버지의 성을 따서 하멜(Hamel)이라는 성을 썼다고 하는데, 지금 사용하는 밴스(Vance)는 외가의 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모친의 성입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벤스

 

보우먼에서 하멜로 다시 밴스로... 인생사가 만만치 않군요. 이름의 변천 과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밴스는 엉망진창의 집안에서 성장한 인물입니다.

 

일단 모친이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원래 간호사로 병원에서 근무하던 모친은 헤로인 중독으로 병원에서 잘리게 됩니다. 이후로도 마약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 거기다가 폭력적이기도 해서 운전 중에 어린 밴스와 벌인 말다툼으로 거의 죽을 뻔합니다.

 

 

남자관계가 아주 복잡했던 모친은 동양계 남성과 재혼합니다.(모친의 남자관계가 어떻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동양계 남성의 집안도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밴스와 비슷한 또래의 의붓형제 주변은 온통 불량배들이어서 성장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공부를 곧잘 하던 밴스의 성적은 곤두박칠 치고 결국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가 밴스를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또 보통 사람이 아니더군요. 술주정뱅이 남편과 불화가 심했으며 그런 남편 몸에 불을 붙이기도 한 사람입니다.(헐!) 그러니 밴스의 어머니가 그런 가정에서 성장한 거죠.

 

 

하지만 할머니는 밴스에게 공부에 대한 의욕을 북돋우어 줍니다. 영화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밴스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병대에 자진 입대해서 이라크에서 5년간이나 군 복무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 오하이오 주립대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는데, 영화는 밴스의 어린 시절과 로스쿨에 다니는 현시점을 교차로 보여줍니다.

 

밴스는 5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주립대를 거쳐 로스쿨에 다녔기 때문에 그가 로스쿨에 다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10여 년 전일 겁니다. 로스쿨에 다니는 밴스 자신을 제외하고는 영화 속 현재에서 밴스가 처한 환경은 영화 속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게 없어 보이더군요. 모친은 여전히 심각한 마약 중독 상태입니다. 하긴 영화 속 현재가 과거에서 겨우 10여 년 흐른 시점이니 많이 달라질 것도 없죠.

 

영화는 밴스가 변호사가 되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이후 사업가를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한 밴스는 얼마 전에 트럼프에 의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됩니다.

 

 

밴스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해서 부통령이 되고 이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계에 진출하자마자 성장 과정을 회고한 자서전을 낸 것으로 봐서 상당히 야망이 큰 인물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JD 밴스와 그의 부인

 

참고로 영화에도 등장하는 부인은 현재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해리스 부통령과 같은 인도계 미국 여성이더군요.

 

’힐빌리의 노래‘는 한 마디로 미국판 개천에서 용 난 이야기입니다. 여야 막론하고 우리나라 정계에도 이런 인물들이 많지 않습니까. 전 좀 식상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밴스라는 인물은 어느 날 갑자기 뿅 나타난 신데렐라는 아닙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있었던 거죠. 물론 운도 따랐겠지만.

 

암튼 미국의 젊은 정치인 밴스가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PS 1 : 밴스의 모친으로 나오는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가 무척 사실적이다.

 

PS 2 : 넷플릭스에서 미래의 정치인 JD 밴스를 위한 영화를 만든 듯 영화 속에 출연하는 밴스들(어린 밴스와 로스쿨에 다니는 밴스)과 실제 밴스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

 

2024.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