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2014. 3. 27. 10:38

라인 스티커와 커뮤니케이션

그동안 모바일에서만 제공되던 네이버 스티커가 PC에서도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제 PC 이용자들도 다양한 이모티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모티콘을 통한 감정 표현이 의사 전달을 더욱 효과적으로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모티콘의 기능은 그것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대리 표현한다는 것이다. 감정이나 의사 전달에 효과적인 수단일수도 있지만 인간의 감정을 객관화하고 규격화함으로써 자칫 주관적인 감정 표현 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하겠다.

 

감정이란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한 것이며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그런데 열 사람, 백 사람이 똑같은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일일이 손으로 편지를 써서 안부를 묻거나 의사를 전달하던 것이 언제부턴가 이메일로 바뀌었다. 편지나 이메일이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매한가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손글씨에는 규격화된 타이프라이팅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인격 등이 묻어 있다.

 

세월이 지나 어느 순간 문자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이제 사람들은 의사와 감정을 짧게, 더욱 짧게, 아주 짧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은 속도를 얻었지만 깊은 감정은 잃어버렸다. 문자 메시지가 과연 효과적인 감정 표현과 의사 전달 수단일까?

 

그런데 이제는 한 마디 하지 않더라도 이모티콘 만으로도 감정 표현과 의사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이 속도를 얻은 대신 감정을 잃어버렸듯 이모티콘을 통해 사람들은 편리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정성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공들여 작성한 포스트를 잃고 한 마디의 말도 없이 규격화된 이모티콘으로 의견을 대신한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텐데 어떻게 감정 표현을 똑같이 한다는 말인가?

 

이모티콘이란 말하자면 온라인상의 아바타이자 서로게이트다. 아바타나 서로게이트를 통해 서로 의사는 전달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소통은 아니다.

 

구한말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테니스를 즐기는 걸 보던 어느 양반이 혀를 차며 아래 것들 시키면 될 걸 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느냐고 했다고 한다.

 

때로 조금은 불편하고 힘든 것이 인간에게는 약이 되는 법이다.

 

2014. 3.27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