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2015. 7. 10. 18:30

DJ 김광한 선생의 영면에 부쳐

 

건방진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학창 시절부터 스승이 없었다.

 

조금 커서는 문단 진출의 꿈을 꾸며 두 분의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기도 했지만 뜻하지 않게 그 인연이 지속되지 못했다.

 

뜻 밖에도 스승들은 밖에 계시지 아니하였다. 고인이나 살아 계신 분이나 나는 책을 통해 그분들의 정신을 배우려 노력했다.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에게 있어 팝뮤직이란 무엇일까?

 

십대 이후 나의 정신과 삶의 일부를 이루었던 록 스피릿(Rock Spirit). 당연히 내게 록과 팝의 스승도 따로 없었다.

 

지금도 즐겨듣는 팝뮤직의 대부분은 80년대에 활동했던 라디오 DJ들로부터 소개받은 곡들이다.

 

그 중 KBS2 FM '팝스 다이얼'을 진행하던 DJ 김광한 선생은 진정한 의미에서 팝 선생님이셨다.

 

방송 시간이 한 낮이라 매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주말 팝스 다이얼의 애청자였다.

 

7~80년대를 수놓았던 수많은 팝의 명곡들과 뮤지션들의 사연을 소개하던 선생의 편안한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

 

그 선생께서 어제 영면에 드셨다. 생전에 비단 어디 나 하나 만을 제자로 두셨겠는가?

 

아마도 선생의 곡 소개로 삶과 정신을 키운 수많은 제자들이 도처에서 선생의 죽음을 애도할 것이라 믿는다.

 

팝과 록은 내 정신의 일부이며 팝과 록이 없는 나의 삶은 없다.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빈다.

 

내 삶에 록 스피릿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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