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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지 / 아카데미가 외면한 비운의 작품
셜록 홈즈와 아이언 맨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로버트 다우니 Jr에게 2014년은 재충전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저지’(The Judge, 감독 : 데이빗 돕킨)는 톱스타 로버트 다우니 Jr가 ‘아메리칸 셰프’에 이어 선택한 ‘작은 영화’입니다.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일류 변호사 행크 팔머(로버트 다우니 Jr)는 평소 소원하게 지내던 아버지 조셉 팔머(로버트 듀발)로부터 어머니의 부음을 듣습니다.
떠난 지 거의 이십 여 년 만에 고향 애리조나를 방문한 행크. 하지만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형제들과 남처럼 서먹서먹할 뿐입니다.
시골 판사로 일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팔머 판사님이라 부르는 식이죠. 훌륭한 아버지와 성공한 아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행크가 돌아가기 전 날 아버지는 편의점에 간다며 차를 가지고 나갑니다. 그리고 다음 날 경찰이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였다며 마을 판사인 아버지를 체포합니다.
시카고로 돌아가려던 행크는 애리조나에 남아 아버지에 대한 재판을 지켜봅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고용한 시골 변호사의 무능함을 견디다 못한 행크는 직접 아버지를 변호하기로 합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소원해진 원인이 조금씩 들어납니다. 아들인 행크의 적극적인 변호로 팔머 판사는 재판에서 유리한 입장에 섭니다.
대도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일류 변호사에게 시골 검사쯤은 상대가 되지 못했죠.
하지만 유리하게 진행되던 재판은 아버지인 팔머 판사의 고백으로 방향이 틀어집니다. 물론 고백이 ‘내가 사고를 내 사람을 죽였소’라는 직접적인 말은 아니었지만 재판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죠.
그리고 팔머 판사는 아들인 행크의 변호를 거부합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엄청 궁금하시죠? ㅎㅎ 아닌가요?
작은 카운티에서 수십 년간 판사로 봉직하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판사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내 살인용의자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마침 어머니의 상을 당해 고향에 내려와 있던 변호사 아들이 아버지의 변호를 맡는데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세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먼저, 판사인 아버지와 변호사인 아들이 무슨 일로 관계가 틀어진 것일까? 다음으로 아버지가 아들의 변호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끝으로 판사는 정말로 사람을 죽였을까?가 그것입니다.
여기에 교통사고로 죽은 사내가 실은 팔머 판사로부터 살인죄로 이십 년 형을 선고 받고 출소한 전과자라는 점 그리고 여성과 관계된 행크의 복잡한 개인사가 얽히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습니다.
물론 영화 ‘더 저지’는 스릴러가 아니라 잔잔한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궁금해서 끝까지 보도록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흡인력이 상당히 센 편입니다.
본고장인 북미 시장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Jr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봉도 못하고 슬그머니 블루레이 시장과 안방극장으로 빠졌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미국 소시민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를 선호하는 저는 무척 흥미롭게 봤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소원하게 된 원인과 화해의 과정은 상당히 극적입니다. 그 원인이 결국 수십 년 후 사건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죠.
보기에 따라서는 식상할 수도 있습니다만 사건이 사건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은 꽤 힘이 있습니다.
비록 이번 아카데미에서 조연인 로버트 듀발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 받는 것에 그쳤지만 ‘더 저지’는 이 보다 더 형편없는 작품들도 노미네이션 하는 아카데미가 결코 막대할 작품은 아닙니다.
아이언 맨 로버트 다우니 Jr는 이 작품에서도 바람기 못 속이는 잘 나가는 변호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바람기가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고 좀 썰렁하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더군요. ㅎ
2015.2.22 블루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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