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9. 13. 09:45

위시 아이 워즈 히어(Wish I was Here)

 

 

메릴 스트립 주연의 어바웃 리키’(Ricki and The Flash)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가족을 떠난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리키는 음악 활동을 위해 가족을 떠났지만 뮤지션으로서 성공을 거두진 못합니다. 무려 이십 여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그녀를 대하는 가족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건 어떤 희생을 요구하는 일일까요?

 

 

위시 아이 워즈 히어’(Wish I was Here, 감독 : 잭 브라프)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정을 돌보지 않는 가장 아닌 가장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에이든(잭 브라프)은 오래 전 샴푸 광고 한 한 편 찍고 휴업 상태인 무명 배우입니다. 사립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등록금은 아버지로부터 지원 받고 생계는 직장에 다니는 아내 사라(케이트 허드슨)에게 맡기고 있었죠.

 

집은 돌보지 않아 엉망진창이고 아내와는 섹스리스 상태입니다.

 

 

무사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어느 날 청천 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것이었죠. 졸지에 등록비 지원은 끊기고 아버지가 키우던 개까지 돌봐야 하는 신세가 된 에이든. 게다가 아내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해 에이든을 열 뻗치게 만듭니다.

 

그는 아이들의 학교에 찾아가서 어려운 형편은 이야기하지만 학교에서는 아무런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아버지가 키우던 개는 동생 노아(조시 게드)에게 맡깁니다만 노아는 파워 블로거가 되겠다며 트레일러에 콕 박혀 바깥세상으로 나올 생각을 않습니다. 한 마디로 대책 없는 형제들이죠.

 

어린 시절 에이든과 노아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꿈. 꿈이 너무 거창했던 것일까요?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자 비로소 에이든은 자신이야말로 바로 세상으로부터 구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홈스쿨링을 결심하는 에이든. 과연 그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Here)에서 자립할 수 있을까요?

 

 

위시 아이 워즈 히어를 보고 든 의문점은 만약 에이든과 아내 사라의 역할이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에이든과 배우를 꿈꾸면서 가사는 돌보지 않는 사라. 이 경우에도 사라가 바람직한 주부의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어른아이' 취급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사회적 정서가 노는 남자는 못 봐 주지만 노는 뇨자에게는 대단히 관대한 것 같습니다. ㅎㅎ

 

영화에는 히어로 헬멧을 쓰고 뛰어 노는 에이든의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어른아이라는 걸 나타내는 장면 같던데 여자 어른을 공주 복장 입혀 놓으면 이건 영화가 안 되나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꿈을 찾아 집 떠난 주부의 이야기를 그린 '어바웃 리키'는 과감한 현실 비틀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시 아이 워즈 히어는 위기에 처한 남성의 삶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인생을 위한 디딤대가 되어 주죠. 당해 봐야 정신 차리는 건가요? ㅎㅎ

 

세상을 보는 감독의 시선은 긍정적입니다. 부부 관계 등이 어쩌면 심각한 갈등 상황이지만 이렇다 할 갈등이 없이 전개가 되고 비온 후에 땅이 굳는다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를 보니 확실히 따뜻한 시선만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북미에서는 작년에 개봉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제야 개봉했습니다.

 

 

2015.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