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The Notebook) /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찰스턴에서 사는 열 일곱의 소녀 앨리(레이첼 맥아담스)는 여름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 시브룩으로 휴식차 온다.

 

대농장주의 딸인 앨리는 시브룩의 마을 축제에 참가했다가 목재소에서 일을 하는 잘 생긴 청년 노아(라이언 고슬링)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갑부의 딸과 가난한 청년의 풋사랑. 시대를 떠나 낭만적인 사랑의 공식이다. 하지만 때와 장소는 1940년의 보수적인 미국 남부. 눈 먼 사랑의 공식은 과연 금기를 깨고 해답을 도출할 수 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 노아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소 과격하다. 노아는 한 팔로 놀이기구에 매달려 앨리에게 교제를 요구하기도 하고 심야에 차도에 누워 함께 별을 보자고도 한다.

 

어쨌거나 노아의 남자다움은 앨리의 마음을 흔들었고 두 청춘의 사랑은 불꽃처럼 피어오른다.

 

불이 났으면 더 번지기 전에 얼른 꺼야하는 법. 앨리의 부모는 둘을 떼어놓기 위해 서둘러 시브룩을 떠나고 앨리를 뉴욕에 있는 대학에 보내기로 한다.

 

 

앨리가 떠난 후 노아는 365일 동안 365통의 편지를 띄우지만 번번이 앨리의 어머니 앤(조안 알렌)에 의해 전달이 되지 않는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공식을 의심하게 된다. 이후 노아는 실연을 잊고 2차대전에 참전해서 북아프리카와 유럽 전선에 배속된다.

 

한편 앨리는 간호조무사를 지원하여 부상병을 돌보다가 같은 남부 출신의 가문 좋은 청년 론(제임스 마스던)을 만난다.

 

온 몸을 석고로 고정한 채 앨리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론. 들이대는 남자한테 약한 스타일인지 앨리는 론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기로 한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 온 노아는 앨리와 몰래 데이트를 즐겼던 페저택을 인수하여 솜씨를 발휘해 단장한다.

 

우연히 신문에서 노아의 소식을 접한 앨리는 결혼하기 전에 노아를 찾아보기로 한다.

 

완전히 꺼진줄 알았던 첫사랑의 불꽃. 하지만 재회한 두 사람의 가슴 속에는 7년 전 못다 피운 사랑의 불꽃이 여전히 이글거리고 있었는데..

 

 

'더 노트북'(감독 닉 카사베츠, 2004)은 인기 로맨스 작가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중증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한 할아버지가 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액자 형식인 셈이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 노인은 이야기에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가진다.

 

"다음은 어떻게 되죠? 결과를 빨리 알고 싶네요. 근데 어디선가 들어 본 이야기 같아요.."

 

눈치 빠른 관객은 알아차리겠지만 이야기를 읽고 듣는 두 노인은 황혼을 함께 하는 부부다. 결국 책의 내용은 자신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게 사랑을 되새김하며 잃어버린 아내의 기억을 되찾아 주려 노력하는 남편.

 

 

노아와 앨리가 재회하여 호수에서 나누는 데이트 장면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오리떼가 둥실 떠있는 호수의 전경은 꿈결처럼 몽환적이다.

 

영화는 사랑의 시작과 결말을 보여주지만 과정은 생략했다. 신분을 초월한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과연 행복했을까?

 

이 작품은 물을 필요도 따질 필요도 없는 장르 영화다. 엉터리 공식을 가지고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장르 영화의 매력 아니겠는가?

 

극중에서 노아와 앨리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덤즈는 영화 출연을 계기로 실제 연인 사이가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얼마 가지 못해 헤어진 걸로 전해졌다.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나라면 : 늙은 노아가 앨리에게 책을 다 읽어주고 잠시 앨리가 기억을 되찾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면 앨리의 기억을 되찾아 준 노아가 지병인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나는 걸로 영화를 마무리 했겠다.

 

실제 영화에서는 반짝 기억을 되찾은 앨리가 이내 치매 상태로 돌아가고 심장발작을 일으켰던 노아가 깨어나서 앨리의 침대에서 나란히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그려졌는데 때문에 리얼리티도 떨어지고 여운도 남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