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헤이븐 / 로맨스와 스릴러가 혼합된 수작

 

 

미국의 로맨스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시작은 긴박하게 전개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의 도주와 경찰의 추격. 여인(줄리안 허프)은 경찰의 집요한 추격을 따돌리고 버스를 타고 보스턴을 빠져나가는데 성공한다.

 

보스턴 발 버스에 올라 홀로 승객들을 검문하는 경찰. 그는 왜 지원 요청도 정차 명령도 하지 않았을까?

 

여인이 몸을 실은 버스는 애틀랜타 행. 여인은 중간 기착지인 노스 캐롤라이나의 사우스 포트에 내린다.

 

 

 

 

처음부터 그 곳에 정착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급하게 올라 탄 버스가 애틀랜타 행이었고 사우스 포트의 바다가 그녀를 붙잡았을 것이다.

 

인적이 드문 산기슭의 오두막에 임시 거처를 정한 여인은 바닷가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홀로 어린 남매를 키우며 살아가는 알렉스(조쉬 더하멜)를 만난다.

 

버스 터미널에서 잡화점을 하는 알렉스는 낯선 여인에게 호기심 이상의 관심을 보인다.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진 여인 역시 마을 사람의 도움이 절실할 터. 자연스레 스치고 맞닿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애정이 싹튼다.

 

 

 

어느 덧 사우스 포트 생활에 익숙해진 케이티는 그만 보스턴에서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 준 옆 집 할머니에게 전화 메시지를 남긴다.

 

고마워요. 저는 잘 있어요.’

 

한편 눈앞에서 여인을 놓친 경찰은 CCTV를 확보하고 여인이 애틀랜타 행 버스에 승차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어디에서 내렸는지를 알 수 없는 경찰은 여인에게 일급살인혐의를 적용하고 전국에 수배전단을 돌린다.

 

여인이 정말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모른다. 그저 용의자를 잡기만 하면 된다는 경찰.

 

우연히 경찰서에서 수배전단을 목격한 알렉스는 여인을 찾아가 전단에 적힌 이름을 불러본다.

 

에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여인.

 

역시 그랬군. 케이티, 당신이 에린이었어? 당신은 나한테 말해준 게 아무 것도 없어. 어서 여기를 조용히 떠나.’

 

이제 도망자에서 수배자 신세가 된 케이티는 자신의 신분도 잊고 그동안 사우스 포트에 너무 오래 머물렀음을 깨닫는다.

 

케이티 아니 에린이 부두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알렉스가 나타난다.

 

케이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주의 : 이하 본 리뷰는 영화에 대한 추억을 짙게 가져가고자 스포일러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은 이랬다.

 

알콜 중독자인 경찰관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에린은 우발적으로 남편을 칼로 찌르고 옆집으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머리를 단발하고 염색을 한 에린은 몰래 보스턴을 빠져 나와 노스 캐롤라이나에 은신했던 것이다.

 

그리고 에린의 뒤를 쫓는 경찰은 다름 아닌 그녀의 남편. 그는 경찰관의 자격으로 에린을 쫓는 게 아니었다. 경찰관의 지위를 이용해서 사사로이 도망간 아내를 수배한 그에게 경찰은 정직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그는 몰래 옆집에 잠입해 아내의 전화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발신지로 향하는데..

 

 

영화는 이 부분부터 스릴러 모드로 접어든다.

 

드디어 마을 축제에서 아내를 발견한 경찰관 남편. 카메라의 시각이 케이티를 향해 좁혀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드라마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세이프 헤이븐은 로맨스와 스릴러가 혼합된 작품이다.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로맨스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다. 보트 놀이에 이어지는 소나기는 남녀를 사랑으로 흠뻑 적신다.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이 같은 설정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중독성이 있다.

 

 

 

 

하지만 스릴러는 세게 나가지 못했다. 작품을 세게 만들려면 스토커 경찰관이 옆집 할머니를 살해할 수도 있고 사우스 포트에서 아내를 찾았을 때 피를 보게 하면 된다.

 

세이프 헤이븐은 이런 자극적인 설정 대신 의외의 잔잔한 결말을 택했다.

 

영화는 두 번 반전된다. 한번은 말한 대로 케이티를 쫓는 경찰이 실은 남편이라는 것이다. 그럼 또 다른 반전은?

 

 

 

쓰는 이의 견해로는 마지막 반전은 사실 없어도 될 뻔했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두 번째 반전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쓰는 이에게는 첫 번째 반전이 더욱 셌다. 반전의 효과는 밑밥의 양과 비례한다.

 

세이프 헤이븐은 라세 할스트롬이 디어 존’(2010)에 이어 두 번 째로 연출한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작품이다.

 

 

 

PS1 : 전체적인 구성과 느낌이 1990년대의 걸작, ‘적과의 동침'(Sleeping with Enemy, 1991)과 너무 흡사하다. 

 

PS2 : 알렉스 역의 조쉬 더 하멜과 케이티 역의 줄리안 허프 커플은 실제로는 열여섯 살 차이가 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그런 나이 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