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9. 26. 12:53

산악영화, 어떤 작품들이 있나?

K2(감독 프랭크 로덤, 1991)

 

 

산악 영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빙벽을 기어 오르고 절벽에 매달리고 실족하여 다치고 고립되는 산악 영화의 클리셰가 모두 담겨있을 뿐 아니라 내러티브도 제법 탄탄하다.

 

한 편의 영화에서 재미와 교훈 그리고 스릴을 한꺼번에 느끼기가 어려운데 이 영화 'K2'는 바로 그것이 가능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클리프행어’(Cliffhanger, 레니 할린 감독, 1993)

 

 

 

산으로 들어간 람보에게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물어본다면, 답변은 바로 나쁜 놈과 싸우기 위해서.

 

클리프행어는 산악이라는 아찔한 공간을 활용한 액션 영화다. 이 영화에는 헐리우드식 액션이 거침없이 전개되며 절벽, 동굴, 얼음계곡 등 산의 모든 것이 액션을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영화 초반 게이브(실베스터 스텔론)가 동료의 연인인 사라의 손을 놓치는 장면이나 마지막의 추락하는 헬기에서의 격투 장면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스릴 넘치는 명장면이다.

 

버티칼 리미트(Vertical Limit, 감독 : 마틴 캠벨, 2000)

 

 

 

K2와 마찬가지로 K2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산을 배경으로 한 산악 스릴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르는 등반 과정이 손과 발에서 땀이 나게 할 뿐 아니라 조난당한 인물들 간의 갈등을 잘 표현했다.

 

노스페이스'(감독 : 필립 스톨츨, Nordwand, North Face, 2008)

 

 

스포츠가 정권의 홍보도구로 이용되던 시대의 이야기다. 나치가 집권하던 1930년대 독일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등반 영화로서의 스릴도 있다. 등반가들이 아이거 북벽을 타고 내려올 때의 긴장감은 어느 산악 영화 못지않다. 게다가 제대로 된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시절이라 안타까움까지 오롯이 전해진다.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劒岳, , 감독 기무라 다이사쿠, 2009)

 

 

20세기 초 측량과 지도 제작을 위해 그 곳에 오르지 않고는 산을 말하지 말라는 일본 중부의 북알프스에 있는 험산 츠루기다케(2,999m)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곳은 지금은 일반 등산객들도 오르지만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처녀산이었다고 한다.

 

근대적 의미의 등산은 이백년이 조금 넘었다고 하는데 등반기술은 물론 등산화 등 기본적인 등반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산에 오른 사람들이 없었다면 산은 여전히 사람의 땅이 아니라 하늘의 땅이며 신만이 사는 곳이었을 것이다. 길이란 누군가 지나간 사람이 있었기에 난 것이다.

 

CG에 의존하지 않고 스태프와 배우들이 실제로 등반을 하면서 촬영을 했다는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2010년도 일본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과 촬영상 등 무려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카메라에 담긴 츠루기다케의 장엄한 모습은 황홀하리 만큼 아름답다. 하나의 계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품고 있는 산은 자연이자 우주다.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감독 조셉 빌스마이어, 2010)

 

 

독일 출신의 전설적인 산악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저서 '벌거벗은 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메스너는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등반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따라서 산소호흡기나 셀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무산소 단독 등반을 고집했다. '알피니즘'이라고 불리는 그의 등반 철학은 전 세계 등반가들의 귀감이 되었다.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은 인위적인 기교를 써서 억지 스릴을 조성하진 않는다. 산을 오르는 자와 내려가는 자 그리고 그들을 응시하는 산의 시선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산악영화가 있었다

 

빙우(氷雨, 감독 김은숙, 2003)

 

 

우리나라 영화로는 보기 드문 산악 영화다. 하지만 산악 영화이되 산의 이야기보다는 사랑에 방점을 둔다. 산악으로 포장한 멜로 영화인 셈이다.

 

빙우는 배경이 바다여도 상관없고 동굴이어도 상관이 없는 영화다. 적지 않은 장면이 산을 배경으로 했지만 산의 비중이 크지 않다.

 

사람들이 절벽에서 실족하고 설산에 고립되는 장르영화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화면에는 긴장감이 흐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제작 당시로서는 거액인 45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캐나다 로케로 제작되었지만 등반 장면이 다이나믹하지 못하고 일부 장면은 뚜렷하게 세트라는 것이 드러날 만큼 CG도 정교하지 못하다.

 

산악 영화는 연출과 촬영에 있어 고난도의 스킬을 필요로 한다. 우리 영화가 기술적으로 무척 비약했다고 하지만 빙우’(2003) 외에 아직 한 편의 산악 영화도 제작되지 않은 것을 보면 산악 영화 촬영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크는 지도상에는 없는 가공의 산이다. 산악영화에 정작 산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 밖에 어떤 작품들이 있나?

 

아이거 빙벽’(The Eiger Sanction,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1975)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세 번 째 연출작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으로는 희귀한 빙벽 등반을 소재로 한 영화다.

 

채도가 낮은 조명으로 인물의 어두운 내면을 묘사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특유의 기법이 나타나 있으며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살아남을수록 죽을 위험이 높아지는 삶의 역설과 직업에 대한 회의를 강조한 부분이나 사막의 황사를 활용한 엄폐 등은 최근작인 아메리칸 스나이퍼로 전해진다.

 

훈련 과정이나 노스 페이스 등반 장면에서 손에 쥐는 스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가적 역량을 보여준다.

 

하이레인'(vertige, 감독 아벨 페리, 2009)

 

 

 

발칸반도의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리스니야크산을 배경으로 한 산악 미스터리 작품이다. 수천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리스니야크산 자체가 주는 극한의 공포가 스릴러의 훌륭한 배경이 된다. 게다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등장 인물의 구성. 소심한 남친과 남자다운 전 남친이 같은 여친을 두고 일으키는 심적 갈등.

 

하지만 감독은 어찌된 일인지 자연의 공포와 인간의 갈등이라는 이 휼륭한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산악 액션과 스릴러를 혼합한 하이브리드를 만들고 싶었는지 중반 이후 설득력을 포기하면서 어설픈 슬레셔 무비로 전환하여 마무리하고 만다. 다만,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암벽 등반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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