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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시니어의 재활용법?
아버지가 빨리 자리를 비켜줘야 아들이 취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다고 가정 형편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 아들이 아버지의 급여 수준에 이를 때까지 버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 세대가 일자리를 가지고 다투는 이 어이없는 시대에 시니어 인력 사용 방법에 대한 영화가 국내 박스 오피스를 역주행하며 1위에 올랐다.
직장 생활 사십 년의 노하우를 가진 벤(로버트 드 니로)은 한 온라인 의류 쇼핑몰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다.
화사 측에서는 벤을 고용하긴 했으나 사실 뚜렷한 활용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었던 것.
그렇게 재취업된 벤은 하필 회사의 젊은 CEO 줄스(앤 해서웨이)를 돕게 된다. 하필이라고 한 건 이메일을 통해 업무 지시를 하는 줄스의 업무 스타일 때문.
직장 생활 사십 년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없어진 두툼한 전화번호부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 벤이 서류 한 장 굴러다니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줄스를 도와 줄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영화는 중반까지 칠십 대 노인의 분투기를 보여준다. 줄스는 적극적인 벤을 별로 내켜하지 않지만 어느 새 칠십대 노인은 젊은 CEO의 멘토로 자리매김한다.
‘인턴’(The Intern, 감독 낸시 마이어스)은 아버지와 아들이 일자리를 다투는 웃기지도 않는 시대에 바람직한 역할 분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제시한 해법은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젊은 여성 CEO는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불과 18개월 만에 직원 226명을 거느린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결국 구직 활동 대신 자기 사업하라는 말인가?
시니어 인턴은 전 직장에서 부사장까지 지냈지만 새로운 직장에서 잘 할 수 있는 건 운전기술이다. 사십 년 동안 성공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고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을 운전사로 활용하면서 이걸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비현실적인 자기 사업을 권유하거나 경력에 맞지 않는 일이라도 찾아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시니어 세대와 주니어 세대의 협력을 말한다. 하지만 영화가 발이 아니라 손으로 쓴 기사처럼 쉬운 결론을 추구하다 보니 극장이 아니라면 중반 이후는 스킵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서 나오는 숫자가 인생 백세시대에 진정한 자기 연령이라고 한다. 영화 속의 벤처럼 오늘날 일흔은 평균 수명이 일흔이던 시대에서는 겨우 쉰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덜 받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이 백세시대를 사는 법은 아닐 것이다.
원하건 원치 않건 누구나 백세로 가는 이 시대에 왜 사회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자꾸만 꼼수만 내어 놓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201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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