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사우스포 / 오른손이 잃은 것, 왼손으로 되찾다
올 1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사우스포’(Southpaw)는 ‘록키’(Rocky, 1976), '챔프‘(The Champ, 1979), '파이터’(The Fighter, 2010) 등 복싱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입니다.
복싱영화는 대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죠. 왜 그럴까요? 그것은 복싱 자체가 ‘슬픈 운동’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싱은 격투기 중에서도 선수의 신체 손상과 생명의 위협이 가장 큰 스포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득구 선수와 최요삼 선수가 세계 타이틀전 직후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 복싱 선수들은 두 가지 적과 싸운다고 합니다.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상대방이며 또 하나는 바로 감량의 고통이죠.
세계 챔피언을 지낸 고 최요삼 선수는 일기를 통해 링에 오르는 복싱 선수의 고통과 공포를 생생하게 남겼습니다. 불면, 감량의 고통 그리고 두려움.
이와 같이 고통과 극기의 스포츠인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소재가 지닌 페이소스로 인해 앞서 언급한 작품들처럼 상당한 감동을 기대케 합니다.
그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사우스포’도 과연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요?
빌리 호프(제이크 질렌할). 43승 무패를 달리고 있는 잘 나가는 라이트 헤비급 세계 챔피언입니다. 고아 출신으로서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그는 역시 고아 출신의 아내 모린(레이첼 맥아담스)을 만나 딸 레일라(우나 로렌스)를 두고 있습니다.
빌리는 인기 있는 파이터로서 큰돈도 벌고 명성을 얻었지만 사실 복싱 외에 잘 하는 것은 아내와 침대 위에서 벌이는 포스트 라운딩 뿐입니다. 복싱 빼고는 배운 게 없으니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인내심도 부족했죠.
어느 날 자선행사에 참석했던 빌리는 세계 타이틀을 노리는 에스코바(미구엘 고메즈)가 자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한판 붙었다가 그만 아내를 잃고 맙니다.
실의에 빠진 빌리는 타이틀마저 잃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구름 같이 모였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고 재정 상태가 악화되어 파산하고 맙니다. 법원에서는 자기 조절이 안 되는 빌리로부터 딸 레일라에 대한 양육권을 박탈합니다.
이 영화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오시나요?
하, 부성애 코드까지.. 복싱 영화로서는 거의 완벽한 스토리네요. 사실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는 신파적인 요소도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완벽한 스토리를 다루는 안톤 후쿠아 감독의 역량인데요, 참고로 안톤 후쿠아는 ‘태양의 눈물’(2003)이나 ‘백악관 최후의 날’(2013)같은 B급 무비에 상당히 능통한 감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의 결은 상당히 거칩니다. 액션을 남발한다는 말이 아니라 섬세하지 못하고 이지 고잉한다는 얘기죠.
신파적인 소재와 섬세하지 못한 내러티브로 이 영화는 진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만 제목의 ‘사우스포’(Southpaw)가 주는 의미를 짐작해 보면 나름 상징성도 있는 작품입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빌리가 찾아간 곳은 과거 상대했던 선수의 트레이너이던 틱(포레스트 휘태커)이 운영하는 허름한 체육관입니다.
오른손잡이인 빌리에게 틱은 왼손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과연 왼손(southpaw)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요즘 헐리웃의 대세배우인 제이크 질렌할은 길들여지지 않은 빌리 호프 역을 기가 막히게 소화했습니다. ‘나이트 크롤러’(2014)에서 좋은 연기를 보이고도 아카데미의 부름을 받지 못한 그가 내년도 아카데미에서는 남우주연상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기대해 봐야 겠습니다.
빌리의 아내 모린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는 지명도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배역을 맡았더군요.
2015.11.11
'동시상영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부자들 / 잔뇨감이 남는 이유 (3) | 2015.11.20 |
---|---|
더 원 아이 러브 / 어딘가에 우리 부부와 똑 같은 커플이 존재한다? (2) | 2015.11.16 |
스파이 브릿지 (2) | 2015.11.06 |
아마데우스 / 신을 시기한 남자 (3) | 2015.11.03 |
더 폰 / 태양풍이 사건을 바꾼다? (4) | 2015.10.24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