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11. 20. 11:40

내부자들 / 잔뇨감이 남는 이유

 

국회, 재벌, 언론, 검찰 그리고 조폭. 우리 사회에서 욕을 가장 많이 먹는 집단은 어디일까?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난형난제인 국회, 재벌, 언론, 검찰, 조폭을 내세워 대한민국 특권층의 부도덕성을 고발한 영화다.

 

영화 변호인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2항을 되새기며 울림을 주었다면, ‘내부자들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11항을 비웃는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이 형성한 그들만의 리그를 국민 앞에 까발린다. 

 

 

우장훈(조승우), 경찰 출신의 일류대를 나오지 않은 소위 족보 없는 대한민국 검사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업무 능력은 제일이지만 번번이 인사에서 밀린다. ‘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대학 출신이 공을 독차지 하는 것을 보고 더러워서 검사가 되었지만 학연과 인맥이 작용하는 건 검찰의 세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연줄 없는 놈은 그냥 뒈지라는 말인가?

 

그런 그에게 출세가 보장되는 기회가 온다. 바로 유력 대선 후보 장필우(이경영)를 저격하라는 지시다. 

 

 

장필우, 여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이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원래 검사 출신인 그는 물불 안 가리고 검사장까지 집어넣었다가 옷을 벗게 된 인물이다. 야인 생활을 하던 그를 국회로 보낸 게 동창생인 조국일보 주간 이강희(백윤식). 

 

 

보수적인 칼럼으로 정부와 재벌을 물밑 지원하던 이강희는 장필우를 청와대에 보내기 위한 막후작업을 한다. 대기업이 은행에서 거액의 불법대출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게 한 다음 일부를 장필우의 대선자금으로 건네게 한 것이다.

 

이런 이강희를 도와 궂은일을 맡아 하는 게 명함은 연예기획사 대표지만 실은 유력 정치인과 재벌 회장의 채홍사 역할을 하는 조폭 보스 안상구(이병헌).

 

 

안상구는 우장훈이 쫓던 미래자동차의 비자금 파일을 회사의 재무팀장으로부터 가로채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이강희에게 넘긴다. 

 

 

이후 안상구는 미래자동차 측의 복수로 한 손을 잃고 폐인이 되어 복수의 칼날을 갈지만 사냥개가 주인을 물지 못하듯 일개 깡패가 대한민국을 잡고 있는 정경언(政經言)에 대항하여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한편 비자금 파일 확보에 실패하여 수사를 종결한 우장훈은 파일이 안상구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고 안상구를 회유한다. 

 

 

이제 다소 산만하던 구도는 정경언 세력 대 검폭(檢暴) 연합으로 압축되었다. 온갖 기시감을 남발하며 진행되던 영화는 이 지점부터 상투적으로 흐른다.

 

내부자들은 요 몇 년 새 우리영화의 트랜드가 된 대한민국 꼬집기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재벌, 친일파, 정치인 등을 개별적으로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문제적 집단을 총동원시켜 이전투구의 판을 짠다.

 

 

똥을 치워주며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던 그들만의 리그는 돈과 권력 앞에 찢어져 서로에게 똥칠을 하는 사이가 된다.

 

내부자들은 한마디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저격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배설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상투적이다 못해 진부한 정도며 인물들의 관계나 디테일은 허술하게 짜였다. 영화를 본 후에 시원함보다는 잔뇨감이 드는 이유다.

 

 

그런데 정경언검폭가운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놈은 과연 누구일까? 영화를 보면 그것은 이더라.

 

201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