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Star Wars 2015. 12. 21. 01:00

나와 스타워즈

 

내가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건 극장에서가 아니라 만화책으로였다. 미국에서는 77년 개봉된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미국과 동시상영하던 시절이 아니었던 터라 우리나라에서는 이듬 해인 78년에 개봉되었다.

 

요즘 같으면 스포일러니 뭐니 하겠지만 저작권이나 스포일러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 시절이라 스타워즈는 국내에서 정식 개봉이 되기 전에 만화로 제작되어 유통됐던 것이다.

 

그 만화책을 나는 친구에게 거금 5백원을 주고 샀다. 상당히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만화였는데 그걸 보관했어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국내에 개봉이 되고도 초등학생이던 내가 스타워즈를 본 건 개봉관에서 상영이 끝나고 재개봉관으로 넘어간 다음이었다.

 

나에게는 '영화의 고향'과도 같은 신림극장(지금은 그 근처에 롯데시네마 신림이 들어섰다)이라는 신림사거리에 위치한 재개봉관에서 친구랑 함께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타워즈는 한 마디로 충격 그자체였다. 영화의 세계로 구현한 먼 은하계의 모습이란..

 

요즈음 그래비티가 우주공상과학물로서 영상 혁명이라고 하지만 당시 스타워즈가 던진 충격은 이에 댈 바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영화의 세계가 지구에서 우주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물론 이전에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같은 작품이나 TV시리즈 '스타 트랙'이 있긴했지만 그 시절 초등학생이 그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스타워즈의 배경(타투인 행성)이 터키의 카파도키아라고 하지만 그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스타워즈는 영상 혁명 그 자체였다.

 

우주공간 뿐인가? 로봇 C-3POR2-D2는 또 얼마나 신기하던지. 레아 공주 역의 캐리 피셔는 어찌나 이쁘던지. 함께 본 친구 녀석이 마지막 장면에 승전을 기념해서 포상식을 할 때 공주의 가슴이 보였다고 했는데 나는 그 때 보지 못했다. 공주의 가슴을.

 

그런데 수 십 년이 흘러 같은 장면을 반복해 보아도 여전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된 걸까? 짜식.. ㅎㅎ

 

'스타워즈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당시에는 그냥 스타워즈로 불렸다) 이후에 '에피소드5 : 제국의 역습''에피소드6 : 제다이의 귀환'은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상영을 했는데 그만 보지 못했다.

 

다운 로드라는 건 상상에도 없던 시절이라 그 때는 극장에서 놓치면 TV에서 방영을 하지 않는 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국내에 가정용 비디오가 보급된 건 80년대 후반의 일이다.(그 것도 좀 사는 집에서나) 설령 그 전에 일제 소니 비디오를 갖추었다고 한들 테이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이후 99년부터 조지 루카스가 에피소드 1~3을 만들어 오리지널 이전의 세계를 보여주었는데 맨날 영화만 보는 것 같은 내게도 일년 내내 영화 한 편 보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던지라 한 작품도 보지 못했다.

 

이 기획 시리즈는 지난 여름 맘 먹고 일주일에 두 편씩 DVD로 감상한 것을 이제야 포스팅한 것이다.

 

'왜 스타워즈인가?'에서 밝혔듯 스타워즈 시리는 내 후년인 2015년 말부터 2019년까지 오리지널 3부작의 시퀄 3부작이 상영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총 9부작의 대하장편 영화가 탄생하는 것인데 오리지널 시리즈부터 치면 무려 42년간의 긴 여정이 되겠다.

 

내게 있어서도 초등학교 때 처음 대한 작품을 오십대가 되어 다 보는 셈이니 이것이 바로 인생의 영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비록 지금은 없어졌지만 시퀄 첫 작품이 상영되는 2015년에는 신림극장 대신 들어선 멀티플렉스에라도 가서 보려고 한다.

 

요즘 나온 영화 가운데 내 나이 여든 또는 아흔이 되어야 다 볼 수 있는 작품이 과연 있을까?

 

201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