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1. 26. 14:01

스티브 잡스 / Inside Jobs by Danny Boyle

 

 

인물화란 단순히 인물을 주제로 대상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특징을 포착하여 인물의 성격까지 표현하는 회화의 장르다.

 

즉 좋은 인물화란 인물의 외모가 아니라 내면을 그린 것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를 그린 영화다. 전기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따라가지 않는다.

 

영화는 1984년 맥킨토시, 1988년 넥스트 큐브, 1998년 아이맥 런칭을 앞두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스티브 잡스의 순간을 포착한다.

 

세 번의 순간이 56년 인생 스티브 잡스의 모든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순간의 포착을 통해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의 성격을 나타낸다.

 

 

터럭 한 올이라도 똑같지 않다면 그 사람이 아니라는 전통적인 인물화의 작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비춰지는 잡스는 익히 알려진 그의 성공신화에 매료된 스티브 잡스의 팬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심지어 잡스로 분한 마이클 패스벤더는 잡스와 닮지 조차 않았다. 너무 잘 생긴 잡스는 영화에 몰입을 방해할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 세계 20개 영화제에서 무려 52회나 노미네이션되었으며 잡스 역의 마이클 패스벤더는 제73회 골든 글로브와 제88회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 후보에 올랐다.

 

 

대니 보일 감독에게 포착된 잡스는 독선적이며 인간관계가 서툰 인물이다. 그는 친자일 확률이 94.1%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확률이면 전 미국 남성 28%가 아버지라는 말과 같다며 친 딸 리사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냉혈한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어려서 입양된 그의 가족력이 미친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감독은 잡스의 더 깊은 곳에 있는 우물을 끌어 올리진 않는다.

 

이 여자의 변신 정말 놀랍다, 전혀 알아 채지 못했다. 누구게?

 

이와 같이 대니 보일의 스티브 잡스는 한 인물을 그린 전기영화로서 장단점이라 할 수 있는 형식 파괴와 순간 포착으로 인한 한계를 뚜렷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속의 잡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잡스가 아니라 대니 보일의 잡스인 셈이다.

 

2016.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