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1. 20. 11:21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 온 자 / 야생의 법칙 : 그 남자의 생존법

 

 

이것은 인간이 야성을 잃기 전의 이야기다.

 

기름을 얻기 위해 바다에서는 고래잡이가 한창이던 19세기 초, 땅 위에서는 인간들이 짐승의 가죽을 벗기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우리 영화 대호의 천만덕처럼 전설적인 사냥꾼이다. 천만덕과 다른 점은 은퇴하지 않았다는 것.

 

아메리칸 인디언과의 사이에 혼혈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를 둔 글래스는 사냥을 하다 아리카라족의 습격을 받게 된다. 인디언의 입장에서는 땅과 짐승 등 그들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백인에 대한 정당한 반격이었던 셈이다.

 

동료들과 함께 달아나던 글래스는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곰을 만나 온 몸을 물어 뜯긴다. 동료들은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글래스를 묻어 주기 위해(?) 그의 아들 호크와 피츠제랄드(톰 하디) 그리고 브리저(윌 포틀러)를 글래스의 곁에 남겨 두고 떠난다. 사실상 버린 것이다.

 

그러나 글래스와 오래도록 감정이 좋지 않았던 피츠제랄드에게는 다른 뜻이 있었다. 그의 속셈은 글래스를 지키는 대가로 보상금을 타내는 것.

 

어차피 글래스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판단한 피츠제랄드는 그를 죽인 뒤 일행을 쫓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글래스의 아들인 호크가 저항하자 피츠제랄드는 글래스가 보는 앞에서 호크를 살해하고 글래스를 생매장한다.

 

다음은 눈앞에서 아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본 한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극이다.

 

 

 

 

버드맨으로 작년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 이하 레버넌트)는 이야기와 타협하지 않는 영화다. 실존인물인 휴 글래스가 마주한 광대한 자연은 그 자체가 스릴러와 어드벤처로서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설산을 기고 얼음물 계곡에서 허우적대며 말의 배를 가르고 들어가 그 속에서 추위를 피한 끝에 무려 4천 킬로가 넘는 여정에서 살아남은 자의 극한 생존투쟁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거친 자연은 롤러코스터처럼 끊임없이 위기를 제공한다.

 

 

대자연 속에서 인간은 한 점이다

 

불과 이백 년 전이지만 레버넌트가 보여주는 세상은 지금과 너무 많이 다르다. 그 시절 인간에게 자연은 곧 서바이벌 무대였다. 휴 글래스의 생존방식은 이백 년 후의 세상 보다는 이만 년 전의 세상에 보다 가깝다. 인간이 야성을 잃어버린 지는 채 이백 년도 되지 않은 셈이다.

 

 

 

 

위기 뒤에 위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레버넌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애나 존스시리즈나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의 스릴과 재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관객이 느끼는 고통의 수준은 론 서바이버급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장 닮은 작품은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True Grit). 비록 시대적 배경을 조금 달리 하지만(‘레버넌트는 서부개척시대 이전이고 더 브레이브는 서부개척시대가 배경이다) 대자연을 무대로 지금은 잃어버린 야성에서 진정한 용기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일치한다.

 

 

 

 

주인공 휴 글래스 역으로 드라마 부문의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와의 오랜 악연을 깨고 이번에는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레버넌트는 제88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포함 무려 12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있다.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레버넌트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2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6.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