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17. 17:31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흔히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라로 불리는 아일랜드(Ireland). 아일랜드의 역사는 오랜 세월 동안 가장 가까이 있는 국가로부터 침략과 지배를 받았다는 점에서 곧잘 우리의 역사와 비교된다.

 

일찍이 12세기 무렵부터 아일랜드는 바다 건너 잉글랜드의 침략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1948년 정식으로 아일랜드 공화국이 수립되기까지 무려 7백여 년 동안이나 아일랜드 땅에는 외세에 의한 침략과 지배가 반복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아일랜드의 북부 지역은 대영제국(Great Britain)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은 20세기 초 절정을 이룬다. 그 결과 1922년 개신교도들이 다수를 이루는 북부 지방을 제외한 아일랜드의 일부만이 영국으로부터 자치를 얻게 된다.(아일랜드 자유국의 수립)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20세기 초 아일랜드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분리 독립운동과 '아일랜드 자유국' 수립 이후의 비극적 상황을 그린 영화다.

 

의대를 졸업한 데이미언(킬리먼 머피)은 안정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형 테디(패드레익 댈라니)를 따라 IRA(Irish Republican Army)에 투신한다.

 

 

IRA의 강력한 투쟁으로 1922년 아일랜드는 마침내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어낸다. 하지만 영국의회는 아일랜드 전 지역이 아닌 남부지역에 한해 자치권을 허용하고 북부지역은 그대로 대영제국의 직속으로 둔다는 발표를 한다.

 

계속 투쟁해서 영국군을 아일랜드 땅으로부터 완전히 몰아낼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한 독립이나마 받아들일 것인가. 데이미언이 속한 IRA 내부의 강경파와 형 테디가 속한 온건파간에는 노선 갈등이 불거지고 마침내 아일랜드 남부지방은 내전에 휩싸인다.

 

영국군을 겨누던 총부리는 이제 동족을 향하게 되고 형 테디는 정부군 장교로 동생 데이미언은 반군에 소속되어 극한 갈등이 전개된다.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너무나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영화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함께 피 흘려 싸우던 형제. 하지만 독립된 조국은 형제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이와 같은 일은 해방 이후 좌우로 갈라져 대립하던 우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를 한 형제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보여 준 이 영화는 2006년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영국군의 폭압과 IRA의 무장 투쟁에 할애하고 있다. 동족 간의 갈등과 형제의 비극적 운명은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묘사된다. 독립 이전의 상황을 짧게 묘사하고 형제의 갈등에 포커스를 두었더라면 보다 울림이 크지 않았을까 한다.

 

 

푸른 초원으로 덮인 낮은 구릉이 이어져 있는 아일랜드의 목가적인 풍경은 영화의 흐름과는 달리 너무나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