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18. 13:28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자본은 종교다

 

자본과 종교.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사람을 빠져들게 하고 믿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다.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본과 종교는 또한 마약과도 같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마틴 스콜세지 감독)는 때로는 종교의 모습으로 또는 마약으로 변하는 자본의 얼굴을 그린 작품이다.

 

 

1987년 스물 두 살의 청년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로스차일드라는 증권중개회사에 입사한다. 그의 잡(job)은 전화로 고객에게 주식을 사도록 권유하는 일.

 

선임중개인인 한나(매튜 매커너히)는 벨포트에게 당신의 일은 고객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당신의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벨포트가 정식으로 증권중개인 자격증을 취득한 날, 그 유명한 블랙 먼데이(19871019)가 발생한다. 주가 대폭락으로 로스차일드가 문을 닫자 벨포트는 투기 성향이 강한 저가주식인 페니 스탁(Penny Stock)을 취급하는 소형 중개회사에 들어간다.

 

거래만 성사되면 거래대금의 50%에 달하는 고율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벨포트는 회사를 나와 친구들과 함께 창업을 한다.

 

자신의 회사인 스트래튼 오크몬트를 설립한 벨포트는 거래 상대를 푼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에서 부자들로 확대한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돈 없는 사람들이나 가진 사람들이나 똑같았다.

 

 

벨포트는 직원들에게 지하철을 타고 퇴근할지 아니면 리무진을 타고 퇴근할지, 옆에 배 나온 아줌마를 앉힐지 늘씬한 글래머를 앉힐지 스스로 결정하라고 선동한다. 그리고 스트래튼 오크몬트는 누구에게나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는 벨포트가 마치 종교 단체의 교주처럼 직원들을 선동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물신(物神)을 믿는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는 곧 종교다.

 

 

이미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벨포트의 탐욕은 그치지 않았다. 비상장 주식을 차명으로 사들여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시 시세조정을 통해 거액의 차익을 노리던 그는 FBI의 표적이 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조단 벨포트라는 인물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26세에 이미 49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그는 월가의 전설이 되었지만 자본의 끊임없는 유혹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 자금세탁, 불법판매,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는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그야말로 디카프리오에 의한, 디카카프리오의, 디카프리오를 위한 영화다.

 

영화는 무려 세 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의 대부분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원맨쇼로 진행된다. 야심 많은 청년에서 탐욕에 눈이 먼 증권맨으로 마약 중독자로 섹스광으로 변하는 디카프리오의 팔색조 연기는 세 시간의 러닝 타임을 패스트 플레이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의 인생연기로 이미 제71회 골든 글러브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디카프리오는 그러나 오스카 수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매커너히에게 밀려 실패했다.

 

 

자본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손맛이 느껴지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뉴요커지 선정 2013년 영화 중 1위에 올랐으며 MTV 선정 2013년 최고의 영화, 전미비평가위원회 2013년 영화 TOP10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밸포트를 입건하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FBI 수사관 덴헴(카일 챈틀러)의 초췌한 모습과 복역을 마치고 출소해서 유능한 세일즈 매니저로 변신해 여전히 카리스마를 내뿜는 벨포트의 모습은 묘하게 대조된다.

 

세상은 여전히 벨포트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