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19. 13:16

드림업(Bandslam) / 록비트와 함께 즐기는 하이틴 로맨스

라디오 스타의 흥행 성공 이후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제작되고 있는 대중가요를 소재로 한 영화는 헐리우드에서는 특화된 장르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쿨 오브 락'이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 Lyrics)은 영화도 재미있지만 수준급의 OST가 인상 깊었던 작품이죠. 여기에 새로 개봉된 한 편의 음악영화를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듀이'(DWY 1)라는 별명을 가진 왕따 소년 윌(갤란 코넬). 학교 가기는 죽어라고 싫어하지만 록음악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윌은 존경해 마지않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영국의 록스타)에게 자신의 일상을 메일로 보내는 게 낙입니다.

 

그런 윌에게 희소식이 있었으니 뉴저지로 이사를 하게 됨에 따라 전학을 가게 된 것이었죠. 아는 이 없는 새 학교에서 듀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떼버린 윌은 우연히 교내 퀸카 샬롯(앨리슨 미칼카)의 눈에 들어 위탁아동 보호활동을 함께 하게 됩니다.

 

 

어느 날 샬롯의 차를 타고 가다 그녀가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데뷔 앨범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니코'(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 일명 바나나 앨범으로 유명한 명반)를 권하자, 기왕 '벨벳'을 들으려면 '루 리드''존 케일'을 쫓아낸 이후에 발표한 셀프타이틀 앨범을 듣자고 말합니다.2)

 

윌의 말에 그를 완전 다시 보게 된 샬롯은 자신의 밴드 매니저가 되어 달라고 말합니다.

 

얼떨결에 샬롯의 매니저가 된 윌은 보컬과 기타, 베이스 밖에 없는 밴드에 드러머 마틴(라이언 도나후)을 비롯 키보디스트와 첼리스트, 관악연주자까지 영입하여 밴드 이름을 'I Can't Go On, I'll Go On'으로 정하고 고교 밴드 경연대회인 '밴드슬램' 출전을 준비합니다.

 

 

윌은 밴드 매니지먼트를 하는 한편 클래스 메이트 샘(바네사 허진스)과 한 조가 되어 과제물을 준비합니다. 과제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샬롯과 샘을 번갈아 만나며 왕따에서 여복 많은 남자로 변신한 샘. 샬롯은 윌과 샘의 관계를 샘은 윌과 샬롯의 관계를 의심하게 되고 여기에 샬롯의 전 남자친구이자 또 다른 스쿨밴드 '글로리 독스'의 보컬인 벤(스코트 포터)이 가세해서 하이틴 로맨스의 구색을 갖춥니다.

 

하지만 영화는 다각관계로 인한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관계를 설정해서 뭘 풀어나가는 그런 복잡한 영화가 아니거든요.

 

 

암튼 꿩과 닭(근데 누가 꿩이고 닭일까요?)을 양손에 거머 쥐고 잘 나가는 윌. 그러나 데이트 약속을 펑크 내고 경쟁 밴드의 공연장을 찾은 일로 샘과 소원해진 윌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샬롯이 느닷없이 밴드 탈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꿩도 닭도 모두 날릴 위기를 맞습니다.

 

이제 꿩 대신 닭다리라도 붙잡아야 할 때. 윌은 사과하러 샘의 집에 들렸다가 그녀가 과거에 '전국노래대회'에 출전한 사실이 있음을 알고 샬롯이 떠난 자리에 샘을 채워 넣죠.

 

졸지에 샘을 보컬로 받아들인 'I Can't Go On, I'll Go On'은 밴드슬램 출전을 결정하고 결전의 날이 밝아 옵니다. 벤의 글로리 독스와 더불어 학교 대표로 출전하게 된 윌과 'I Can't Go On, I'll Go On'은 과연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까요?

 

 

이 영화 드림업의 원 제목은 '밴드슬램'(Bandslam)입니다. 토드 그라프라는 사람이 감독을 했는데 낯선 인물이군요. 두 여주인공인 앨리슨 미칼카(샬롯)와 바네사 허진스()는 직접 영화의 OST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노래 잘 하고 연주할 줄 아는 인물을 뽑았겠죠. 앨리슨 미칼카는 실제 가수라고 합니다.

 

영화의 말미에는 데이비드 보위가 까메오로 깜짝 출연하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것 처럼 이 영화는 대사 가운데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이야기가 나오고 벨벳의 노래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데이비드 보위는 벨벳과 상당히 인연이 깊은 뮤지션이죠. 나중에 루 리드가 벨벳을 탈퇴하고 솔로 앨범을 낼 때 바로 데이비드 보위가 프로듀싱을 했다고 합니다.

 

록음악을 소재로 한 하이틴 로맨스를 소개하다 보니 리뷰에서 음악적 배경 설명을 남기게 되었습니다만 사실 음악적 지식이 없어도 영화를 감상하는데 별 지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 리뷰 읽고 배경을 이해하시면 감상하는데 도움은 될 듯.

 

 

1) Driving While Yakking : 직역하면 잡담하며 운전하기라고 할 수 있는데, 운전 중 핸드폰 통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딱지'라고 번역을 했던데 운전 중 통화하다 걸리면 딱지 떼인다는 뜻에서 그렇게 변역한 것 같다. 듀이든 딱지든 왕따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될 듯.

 

2)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뉴욕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루 리드와 영국 웨일즈 출신의 존 케일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프로록밴드. 존 케일은 두 장의 앨범 발표 후 루 리드와의 불화로 팀을 떠났으며, 이후 '벨벳'은 셀프타이틀의 앨범(The Velvet Underground, 1969)을 발표했다. 영화 속에서 윌은 이 일을 샬롯에게 말한 것이다.

 

200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