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21. 07:26

셔터 아일랜드 / 우리 모두는 누구인가?

 

보스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섬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는 이름 그대로 천연의 요새다. 거친 파도와 험한 절벽으로 둘러 쌓인 이 섬에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중범죄자들을 위한 교정시설 애쉬클리프 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날,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이 곳에서 자신의 아이 셋을 죽이고 들어온 여환자가 감쪽 같이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연방보안관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동료 ''(마크 러플로)이 투입된다.

 

테디와 척은 섬 곳곳과 수용시설 안팎을 샅샅이 뒤지고 관계자들을 불러 탐문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다.

 

 

유일한 단서는 사라진 여인이 남긴 쪽지에 쓰여진 문구 '67은 누구인가?(Who is 67?)'이다. 이 시설에 수용된 범죄자들은 모두 66명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여인이 남긴 67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폭풍우로 인해 떠나지 못하고 섬에 갇히게 된 테디는 병원장인 닥터 존(벤 킹슬리)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실망하여 단독으로 사건을 재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테디는 애쉬클리프 병원에서 중범죄자들을 개량하기 위해 비인도적인 뇌실험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단순 탈옥사건 수사에서 거대한 비리에 맞서는 보안관의 활약과 되려 그를 정신이상으로 몰아가려는 병원의 대립으로 포커스가 이동한 가운데 영화는 예측불허의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2010)는 잘 직조된 스릴러물이다. 스콜세지 같은 정교한 기술자가 만드는 작품은 한 올 한 올의 직조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테디에게 조사를 받던 한 여죄수는 척이 없는 자리에서 테디의 수첩에 '도망가'(RUN)라고 적어 준다. 도대체 어디로 도망가라는 뜻일가?

 

 

스콜세지의 남자 디카프리오는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혼돈을 겪는 보안관의 모습을 시종 기막히게 연기했다.

 

영화는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빈틈 없이 채운다. 스콜세지가 많은 부분을 할애한 테디의 꿈 장면은 아름답긴 하지만 이야기 전개상 조금 축소하는 것이 되려 나았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또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 모두는 정신의 환영(幻影)일 뿐 아닌가? 영화는 스릴러 이상의 철학적 감동을 담고 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