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스릴러 2011. 2. 27. 15:00

블랙 스완(Black Swan) / 흑조가 되고픈 백조의 욕망

 

 

전직 발레리나 출신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뉴욕발레단 소속의 발레리나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소속 극단에서 오랫동안 주연으로 활동했던 베스가 은퇴하자 '백조의 호수'의 새로운 히로인으로 도전하고자 한다.

 

주인공 자리는 백조와 백조의 사랑을 빼앗는 흑조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역할. 연약하고 청순한 니나는 단장(뱅상 카셀)으로부터 백조 역할에는 제격이지만 흑조의 역할을 하기에는 관능미가 모자란다는 말을 듯고 낙담한다.

 

 

 

 

하지만 의외로 니나가 주연으로 선발되고 단원들은 단장과 니나의 관계를 의심한다. 단장은 니나와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그녀의 몸을 탐한다. 그즈음 섹시한 발레리나 릴리(밀라 쿠니스)가 입단해서 니나를 위로한다.

 

릴리에게 이끌려 하루저녁을 약에 취해 보낸 니나는 다음 날 릴리가 자신의 대역으로 발탁되자 단장과 릴리의 관계를 의심한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자리를 빼앗길까봐 노심초사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극 '백조의 호수'에서 한 명의 여주인공이 선한 백조와 악한 흑조를 함께 연기한다는 사실에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착안했다는 '블랙 스완'은 내면에 잠재한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그린 영화다.

 

오직 발레 밖에 모르는 '착한 딸' 니나는 실은 자신을 구속하는 엄마(바바라 허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또 소속 발레리나와의 추문으로 평판이 좋지 않은 단장의 마음을 얻어 어렵게 따낸 주연 자리를 릴리가 탐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을 통해 이루고자 다 큰 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어머니와 발레리나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단장 그리고 도발적인 매력으로 단장에게 접근하여 니나의 자리를 노리는 릴리는 모두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의 사랑을 탐내는 흑조다.(단장의 경우는 해석하기에 따라 원작에서 백조가 사랑하는 왕자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영화 블랙 스완은 발레극 백조의 호수에 비친 영상이다.

 

하지만 백조인 니나의 마음 속에 또아리를 튼 흑조를 그렸다는 점에서 블랙 스완은 백조의 호수의 새로운 버전이라 할 만하다. 사실 단장과 릴리와의 관계는 니나의 망상일 수도 있으며, 릴리가 자신의 자리를 노린다는 것도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블랙 스완은 백조의 마음 속에 편 욕망의 검은 날개다.

 

 

 

 

어떻게 보고 해석하건 블랙 스완은 퇴물 레슬러의 애환을 다룬 '더 레슬러'(2008) 이후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내놓은 역작이다.

 

연약한 백조와 욕망의 흑조역을 함께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은 이 작품으로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어린 시절 실제로 발레를 했으며 이 영화를 위해 일년 동안 발레 연습을 했다는 나탈리 포트만의 몸은 정말 발레리나를 닮았다.

 

전직 발레리나이자 니나의 어머니 에리카 역할은 80년대 칸의 여왕 바바라 허쉬가 맡았으며, 은퇴한 발레리나 베스 역은 위노나 라이더가 맡아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했다.

 

 

 

발레극 백조의 호수는 보통 두 가지 버전으로 상연된다. 백조의 행복 또는 백조의 비극. 그런데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새로운 버전을 썼다. 그게 썩 괜찮아 보인다.

 

2011.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