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스릴러 2015. 8. 7. 11:45

퍼펙트 겟어웨이 / 낭만의 섬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스릴, 그리고 반전

 

영화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여행이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통해 낯선 장소, 낯선 시간을 꿈꾸듯 경험할 수 있죠. 그럼 여행이 있는 영화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아주 즐기는 편입니다.

 

최근 여행이 있는 영화가 한 편 개봉되었습니다. '퍼펙트 겟어웨이'(A Perfect Getaway, 감독 데이빗 토히).

 

이 영화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는 하와이입니다. 여러분은 하와이 하면 어떤 것이 생각나십니까? 푸른 바다에서 서핀을 타는 멋진 남성들과 백사장에서 선텐을 즐기는 비키니 차림의 미녀들. 그리고 석양 아래서 훌라춤을 추는 원주민들. 영화는 이 낭만 가득한 섬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물입니다. 이름하여 어드벤처 스릴러.

 

 

클리프(스티브 잔)와 시드니(밀라 요보비치)는 막 결혼식을 마치고 하와이로 신행길에 오른 커플입니다. 공항이 있는 오아후섬에서 카우아이 섬으로 이동한 커플은 차를 빌려 트래킹 장소로 떠납니다.

 

클리프와 시드니는 도중에 히치하이커 케일과 클레오 커플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우람한 근육질의 사내 케일의 거친 모습에 불쾌해진 클리프는 가는 방향이 다르다며 태워주지 않죠.

 

 

짜릿한 트래킹을 즐기던 클리프와 시드니는 다른 여행객을 통해 오아후 섬에서 신혼부부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범인은 한쌍의 남녀로서 피해자들의 치아를 빼고 지문을 도려냈다고 합니다. 대자연 속에 갇힌 클리프와 시드니는 어디선가 불쑥 범인들이 나타날 것 같은 섬뜩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트래킹 도중에 만난 사내 닉(티모시 올리펀트)의 도움으로 여행을 계속합니다. 닉은 자칭 특수부대원 출신이라며 클리프 커플에게 믿기 어려운 무용담을 늘어놓고 클리프와 시드니는 어떻게 해서든 닉을 떼어 놓으려 합니다. 뒤통수가 다 깨어져 티타늄으로 때웠다는 닉을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본 거죠.

 

 

닉은 클리프와 시드니를 비밀의 폭포로 안내합니다. 정글을 헤치고 들어가자 나타나는 천혜의 절경 속에서 나체의 여인이 뗏목에 엎드려 있습니다. 닉의 연인인 지나(키엘 산체즈)입니다. 야성미 넘치는 사내 닉 역시 옷을 벗고 폭포 아래로 뛰어 들고 잠시 후 시드니도 부끄러움과 옷을 함께 벗어 버리고 어울립니다.

 

세 사람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을 때 클리프는 휴대폰이 터지는지 본다며 돌아서 폭포 위로 올라갑니다. 그곳에서 오아후 살인사건을 검색하던 클리프는 그만 가는 길이 다르다며 태워주지 않았던 케일 커플과 마주칩니다.

 

"운짱 양반, 가는 길이 다르다고 하더니.."

 

매우 불쾌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케일에게 클리프는 공포감을 느낌니다.

 

"여긴 허가증이 있어야 오는 곳인데 허가증 가지고 있소? 그리고 당신들은 해변으로 간다고 말하지 않았소?"

 

"훗훗.. 그 방향으로 간다는 말이었지.."

 

클리프와 케일 일행이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닉이 나타납니다. 만만치 않은 포스를 서로 재는 닉과 케일. 고수 간에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치면 다음에 보자며 서로 피해간다고 했던가. 클리프에게 가자고 재촉하며 케일에게는 야릇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닉.

 

 

다시 여행길에 오르기 전에 클리프는 자신의 탐험 허가증이 없어진 걸 알아 차립니다. 렌트카 회사에 두고 온 거 아니냐는 시드니의 채근에 문득 클리프는 케일을 의심합니다. 폭포 위로 올라가 몰래 케일의 가방을 여는 클리프.

 

클리프는 트래킹 중에 잠시 뒤쳐져 CCTV에 잡힌 범인의 흐릿한 영상을 휴대폰으로 시드니에게 보여줍니다.

 

"그냥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어.."

 

초조해 하는 클리프를 시드니가 위안합니다..

 

해질 무렵에 많은 비를 만난 클리프와 닉 일행은 야영 준비를 합니다. 익숙한 솜씨로 활을 조립한 닉은 무작정 클리프에게 따라 오라고 면합니다.

 

"이 비와 어둠 속에 도대체 어딜 간다는 거요?"

 

"컴온 맨~ 저녁 안 먹을 거요?"

 

클리프에게 도끼 한 자루 쥐어 주고 앞장서는 닉. 장대 같은 비가 퍼붓는 어두컴컴한 정글 속. 극도의 공포심을 느낀 클리프는 갑자기 인기척을 느끼고 그만 다짜고짜 도끼를 휘두릅니다.

 

 

"그만 하시오. 그마안~"

 

"당신이 여긴 웬일이오?"

 

"아까 허가증을 두고 가서.."

 

탐험 허가증을 전해 주러 왔다는 렌트카 회사 직원의 말에 스르르 김이 빠지며 어이가 없어진 클리프.

 

"고작 그것 때문에 이곳까지 따라 왔다는 말이오?

 

"하와이는 인정이 살아 있다오.."

 

 

장면이 바뀌고 저녁 찬거리라며 닉이 잡아 온 야생 염소의 배를 익숙한 솜씨로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 지나를 보며 클리프와 시드니가 이마를 맞대고 대화를 나눕니다.

 

"시드니, 저 사람들은 확실히 정상이 아냐."

 

"우리 따로 가자"

 

"어떻게?"

 

"그냥 자기나 나 둘중에 한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시드니, 우린 지금 허니문 중이라고.. 여기까지 와서 멋적게 돌아갈 수는 없어.."

 

 

다음 날 아침. 클리프는 시끄러운 헬기 소리에 눈을 뜹니다.

 

케일과 클레오를 신혼부부 살해 혐의자로 인식한 경찰이 쫓아 온 것입니다.

 

"우리 가보자."

 

케일과 클레오가 경찰에 붙잡히며 반항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두 커플. 케일의 가방에서는 범행도구로 의심되는 장비와 피해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가 나오고..

 

"실은 우린 당신네들을.."

 

"그건 우리도.."

 

모처럼 가슴을 펴고 활짝 웃는 두 커플.. 클리프와 시드니, 닉과 지나는 남은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하와이는 다시 낭만의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퍼펙트 겟어웨이는 반전(反轉)영화입니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죠.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진행 중에 밑밥을 살짝 뿌려두어야 합니다. 밑밥이 없으면 반전이 아니라 그냥 억지가 되고 마는데요, 이 영화는 중간중간에 적절하게 뿌려 두었더군요. 반전 영화에서 밑밥을 발견하고 주워 먹고 못먹고는 관객 몫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물찾기를 하다 보면 가끔 꽝이 나타나는 것처럼 반전 영화에도 사람 헷갈리게 하는 꽝이 있는데요, 꽝을 피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보물 숨겨두듯 데이빗 토히 감독이 정글 속 여기저기에 감춰 둔 밑밥을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닉으로 나오는 티모시 올리펀트는 마흔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매력있더군요. 배역 비중이 높은 밀라 요보비치(시드니)나 케일 산체즈(지나) 보다는 단역에 가까운 마리 셀튼(클레오)이 훨씬 아름답구요. ㅎㅎ

 

그런데 이 영화의 참 반전은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배경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영화가 하와이 올로케라고 알고 계셨죠?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맞습니다만 많은 장면이 자메이카와 푸에르트리코에서 촬영됐다고 합니다. 경비 때문에 이런 반전이 가능한 거죠.

 

2009. 8.23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