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스릴러 2015. 7. 28. 19:00

더 로드(데드 엔드) / 제임스 완도 오싹할 잘 만든 공포물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한 가족이 한적한 숲속 도로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부인과 이이들을 데리고 처가댁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해링턴 가족입니다.

 

결혼한 지 이십 수년이 넘어 보이는 프랭크(레이 와이즈)와 로라(린 사예) 부부는 중장년 부부들이 흔히 그렇듯 사소한 말다툼을 계속 벌이고 있습니다.

 

뒷좌석에는 의대생인 딸 메리온(알렉산드라 홀든)과 브래드 커플(윌리엄 로젠필드) 그리고 메리온의 동생인 리차드가 타고 있습니다. 리차드(믹 케인)는 부모의 말다툼이 시끄러워지면 헤드폰을 끼우고 귀를 막아 버립니다.

 

아버지인 프랭크는 졸음을 참아가며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왜 운전을 혼자서만 하느냐는 딸 메리온의 질문에 저번에 차를 긁어놓은 게 누구 짓이냐고 되묻습니다.

 

 

하지만 기어코.

 

사고를 낼 뻔 하죠.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승용차를 받을 뻔 한 것입니다. 가까스로 사고를 모면한 프랭크. 잠이 확 달아나서인지 아주 세세한 것까지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스쳐가는 길 위에서 흰 옷을 입은 묘령의 여인을 발견하고 자신의 차에 태워줍니다.

 

누구냐? 어디서 왔느냐는 해링턴 가족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여인. 신비로운 여인이라고 해야 하나요? 앳되어 보이지만 일찍 결혼을 했는지 아기를 꼭 안고 있는 여인의 이마 위에는 어디서 다쳤는지 깊은 상처가 나 있습니다. 상태로 봐서 방금 다친 것 같습니다.

 

여인을 태우고 나서 딸인 메리온은 잠시 바람을 쐬겠다며 도로를 걷습니다. 이런 으스스한 시각에 한적한 도로를 걷겠다는 딸을 말리지 않는 가족들. 어쩌면 해링턴 가족이 이상한 게 아니라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관객들이 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얼마 후 도로를 걷던 메리온의 눈에 검은 왜건에 실려 어디론가 끄려가는 브래드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가요?

 

메리온이 차로 돌아와 보니 흰 옷을 입은 여인도 보이지 않습니다. 메리온은 목격한 상황을 설명하고 검은 색 왜건을 쫓아가지만 한참을 달려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대체 브래드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그런데 검은 왜건을 쫓던 프랭크의 눈에 뭔가가 들어옵니다. 차에서 내려 보니 그것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브래드의 시신.

 

 

리차드는 브래드의 핸드폰을 주워 911에 연락을 시도하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왜 브래드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시도했냐고요? 영화의 배경이 1990년대라 핸드폰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약혼자를 잃은 메리온은 거의 실성을 하고 길가에서 오두막을 발견한 프랭크는 차를 세워 오두막으로 들어갑니다. 혹시 유선 전화가 있을까 해서죠.

 

그런데

 

해링턴 가족은 공포 영화에서 당하는 가족의 전형입니다. 이번에 리차드가 을 빨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가죠? 그 상황에서 약을 빤다며 혼자 떨어져 숲속으로 들어가다니.

 

오두막에 들어간 프랭크와 아내 로라는 전화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전화가 연결되면 영화가 안 되겠죠? 무너질 듯 낡은 오두막에서 수 십 년은 되어 보이는 전화가 걸리면 그도 이상할 듯합니다.

 

한편 마리화나를 피우며 도색잡지를 꺼내 엉뚱한 짓을 시도하던 리차드는 아까 그 흰 옷을 입은 미모의 여인을 발견합니다. 리차드의 환각인지 여인이 리차드 앞에서 옷을 벗어 내립니다.

 

하지만 오 마이 갓!

 

이번엔 리차드를 잃은 해링턴 가족은 멘붕에 빠집니다. 메리온이 어떻게 정신을 차리자 이번엔 어머니 로라가 실성을 해서 이상한 소리를 짓거리더니 남편 프랭크의 다리를 쏘아버립니다. 그러고는 달리는 차 안에서 밖으로 몸을 날립니다.

 

결국 남은 건 프랭크와 딸 메리온.

 

 

두 사람은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운전을 하지만 계속해서 같은 길을 반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까 그 오두막 그리고 마르곳이라는 이정표.

 

도대체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던 해링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리고 흰 옷을 입은 여인의 정체는?

 

 

우리나라에서 붙인 제목은 더 로드입니다만 이 영화의 원제는 데드 엔드’(Dead End, 2003, 감독 장 바티스트 안드레아, 패브리스 카네파) 막다른 길이라는 뜻입니다.

 

몇 사람의 배우와 두 대의 차만 있으면 촬영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이 작품은 아주 작은 영화입니다만 오싹함의 크기는 대단합니다.

 

그렇다고 시각적 불쾌감이나 공포를 극대화한 것도 아닙니다. 화면에서 자극적 장면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참혹한 장면은 (이런 영화에) 숙달된 관객의 상상에 의존합니다.

 

이 작품은 소위 반전영화의 계보를 잇습니다.

 

이야기의 전말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다음에야 알 수 있습니다. 이대로 끝나나 싶던 영화가 크레딧이 올라가다가 재개되는데 장면이 싹 바뀌어서 병원에 누워 있는 메리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의사는 홀로 살아남은 메리온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사고 당시 차 밖으로 튕겨나가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어요.’

 

초반에 바람을 쐬겠다며 으스스한 도로로 나간 메리온. 바로 그녀가 차 밖으로 튕겨나갔음을 암시한 장면이었던 거죠.

 

그러면 흰 옷을 입은 여인과 아기의 정체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2015.7.24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