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스릴러 2015. 8. 12. 23:25

나를 찾아줘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도 있지만 '나를 찾아줘'의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부부라면 사정이 다르다. 사랑과 전쟁도 이만한 사랑과 전쟁이 없다.

 

 

결혼 5년차 부부인 닉과 에이미.

 

작가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두 사람은 남 부러울 것 없는 커플이다. 뉴욕에서 살던 두 사람은 닉의 어머니를 병구완하기 위해 닉의 고향인 미주리로 이사한다.

 

결혼기념일에 외출했다가 돌아온 닉은 아내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닉은 곧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지만 정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닉과 여동생이 함께 운영하는 바의 소유자는 에이미였으며 닉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역시 에이미의 것이었다. 닉은 많은 카드 빚을 지고 있었으며 에이미가 실종되기 앞서 에이미 앞으로 가입한 보험의 보상 한도는 증액되어 있었다.

 

게다가 거실에서는 다량의 에미미 혈흔이 발견된다. 경찰은 시신이 집 안에 있으면 외부인을 의심하지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에는 내부인의 짓이라 판단한다고 닉에게 말한다.

 

닉을 조사하던 경찰은 잉꼬부부로 알려진 것과 달리 닉이 아내 에이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시한다. 닉은 아내의 혈액형도 알지 못했으며 심지어 아내가 임신중이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불리한 증언과 증거도 쏟아져 나왔다. 에이미의 친구는 평소 닉이 매우 폭력적인 남편이었다고 제보했으며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여성 팬티가 닉의 서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실제로 닉은 자신의 문하생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제 동정적이던 여론도 닉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닉은 아내를 찾기 앞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 과연 닉은 아내를 살해했을까? 아니면 에이미는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현대 사회의 특징은 사실에 민감하지만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 나타난 현상만 주목한다. 감춰진 본질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하는 것은 ''가 아닌 '무엇'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Gone Girl)는 어느날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쫓다 되려 범인으로 몰린 한 남자를 통해 사실과 진실이 다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완벽한 부부로 보이던 닉과 에이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쇼 윈도우 커플이었다.

 

동정적이던 여론은 정황이 남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하이에나로 돌변한다. 여론이 관심을 가지는 건 남편의 불륜이다.

 

 

불리한 증거가 자꾸만 나오는 가운데 스스로 무죄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를 찾아줘''노 웨이 아웃'을 닮은 스릴러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의 방법으로 남편의 누명을 벗겼다. 닉의 회상 속에서만 등장하던 에이미는 중반 이후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사건의 전모를 스스로 밝히기 때문에 반전이라기 보다는 '사건의 재구성'에 가깝다. 어설픈 반전보다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에이미는 닉의 회상 속에서 나타난 모습과는 다른 여성이다. 부부라고 해도 우리는 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에이미는 '원초적 본능'의 캐서린 트러멜 이후 가장 무서운 여성이다. 사랑스러운 아내에서 사이코를 오가는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는 내년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근접한 듯하다.

 

그동안 연출작에 비해 출연작이 많이 아쉬웠던 벤 애플렉은 간만에 제대로 된 작품을 골랐다. 그런데 극중 닉이 에이미에 밀리는 것처럼 벤 애플렉의 연기는 로자먼드 파이크의 그늘에 가렸다.

 

 

'나를 찾아줘'는 우리말 제목이 스포일러다. 원 제목은 'Gone Girl'인데 영화에 앞서 번역된 원작소설의 제목이 '나를 찾아줘'이다. 600 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과 149분짜리 영화를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한 제목을 두고 센스가 쩐다고 해야 하나? , 차라리 '나를 찾아봐'라고 붙이지. ㅋㅋ

 

물론 이 작품은 에이미의 실종 자체에 온전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는 않다. 닉과 에이미 가운데 누가 더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있는가? 누가 더 잘 속이고 있는가?

 

진실은 언제나 안개 너머에 있다.

 

닉과 에이미가 이사한 미주리주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뻔했다.

 

2014.10.24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