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2. 28. 14:57

사이비 / 신앙과 도피

 

 

수몰 예정지구에 교회가 들어선다. 교회의 장로 최경석은 목사 성철우를 앞세워 수몰 보상금으로 신앙 공동체인 '꽃동산'을 설립하자며 헌금을 모은다.

 

한편 마을을 떠났던 개차반 김민철은 보상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온다. 공장에 나가는 딸 영선이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두었던 돈까지 술과 놀음에 탕진한 민철은 우연히 시비가 붙은 최경석이 지명수배된 사기꾼이라는 걸 알고 그를 찾아 다니지만 마을 사람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성철우는 최경석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어쩐 일인지 신고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는 사람들의 돈을 갈취하려는 사기꾼 최경석과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행패를 일삼는 김민철의 대결을 그리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마을의 불행은 나쁜 놈의 정체를 나쁜 놈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민철의 행패를 견디다 못한 아내와 딸 영선은 교회에 의지한다. 최경석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아는 김민철은 아내와 딸이 교회에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신앙을 꺾지 못한다.

 

아내를 폐병으로 잃은 민철의 마을 후배는 그 놈이 있는 곳을 대라는 민철에게 아내의 모습이 편안한 건 생전 처음 봤다고 말한다. 그는 아내가 선택 받았다고 믿는다.

 

 

민철의 가족과 형편이 어려운 마을 사람들에게 교회는 현실의 탈출구이다. 당장의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는 미래의 공포보다 강하다. 걸핏하면 폭력을 쓰고 행패를 부리는 김민철은 현존하는 위협이다. 최경석은 김민철의 말이 맞더라도 당장의 불행은 아니다.

 

영화는 김민철과 최경석 그리고 최경석에게 고용된 목사 성철우의 갈등이 최고조의 불협화음을 내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신과 사탄의 모습을 오가며 유혹에 드는 인물들의 모습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신을 믿는 자에게도 사탄은 있으며 신을 부정하는 자에게도 신은 있다. 믿음은 현실로부터의 도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