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8. 24. 16:04

데몰리션 / 그 남자가 발견한 것은?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 장인이 경영하는 금융회사의 잘 나가는 투자분석가다. 하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그저 그렇다. 함께 타고 가던 차 안에서 아내는 냉장고에서 물이 샌다고 말하지만 데이비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그 순간 사고가 발생하고 아내 혼자 세상을 떠났다. 거짓말처럼 데이비스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병원에서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들은 데이비스는 배가 고파서 자판기에서 초컬릿을 뽑으려 하지만 고장으로 돈만 잃는다.

 

화가 난 데이비스는 자판기 회사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는데 바로 이 지점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방금 아내를 잃고도 태연히 초컬릿을 뽑아 먹으려 했던 남자는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출근을 해서 동료들을 경악시킨다. 이 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데몰리션’(Demolition)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해체해 버림으로써 비로소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도 하는데 이 남자는 뜯고 해체해야 보이나보다.

 

처음에 냉장고를 분해한 남자는 컴퓨터, 회사의 화장실 종국에는 아내와 살던 집까지 해체하고 파괴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기존의 것을 깨야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문제는 그럼으로써 영화의 주인공 데이비스가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영화는 데이비스가 자판기 회사 콜센터 여직원 캐런(나오미 왓츠)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통해 자판기에서 초컬릿이 나오지 않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설명한다. 그런데 사실상 영화를 이끌어가는 스토리이기도 한 편지의 내용이 상당한 흥미를 유발한다.

 

데이비스가 집을 파괴하던 중 알아낸 아내의 비밀은 마치 무언가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샅샅이 뜯어봐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일깨우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이 남자가 입은 타격이 너무 크다고 한다면 글쎄 영화의 본질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못한 것일까?​​

 

 

언제부턴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제이크 질렌할과 아카데미에 근접한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조합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장 마크 발레와 매튜 매커너히가 보여준 결합에 뒤지지 않는다.

 

2016.8.24